엔비디아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아시아 지역 구매 업체 심사를 강화하고, 거래 가능한 고객사를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규정 준수 심사를 통과한 업체만 포함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수개월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일본 고객사를 대상으로 실사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의 절반 이상이 구매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업체도 요건을 보완한 뒤 재신청할 수 있다.

탈락 업체 상당수는 AI 연산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로 전해졌다. 네오클라우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으로 확보해 기업이 별도 인프라 없이 AI 학습·추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체다.

엔비디아는 고객사 데이터센터를 직접 방문해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최종 사용자와 면담하는 방식으로 실제 사업 여부와 칩의 사용처를 검증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도 화이트리스트 관리와 감독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우회해 제3국에서 중국으로 엔비디아 칩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FT는 미국 정부가 AI 반도체 암시장과 중개업체 단속을 강화하면서 엔비디아도 기존보다 엄격한 규정 준수 절차를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검찰은 지난 3월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와 직원 여러 명을 25억달러 상당의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 밀반출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동남아시아 업체와 제3의 브로커를 이용해 대만에서 중국으로 칩을 운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최신 제품보다 최소 두 세대 이전인 H200의 중국 판매를 일부 허용했지만, 중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유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일부 중국 기술 기업은 급증하는 AI 에이전트용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200 판매 허용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승인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규모 판매가 허용될 가능성도 작다고 FT는 전했다. 엔비디아 측은 "규정 준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모든 법적 요구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