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벙커트(Jan Bungert)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가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민관 기자

"사용자가 여러 시스템을 오갈 필요 없이 쥴을 통해 질문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기업의 핵심 업무 애플리케이션과 산업별 AI, 통합 데이터가 연결돼야 자율형 기업을 구현할 수 있다."

얀 벙커트(Jan Bungert)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는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에서 이같이 말했다.

SAP는 이날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조치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기업(Autonomous Enterprise)'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 기업용 AI가 문서를 요약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보조 도구에 머물렀다면, 자율형 기업에서는 AI가 재무·구매·공급망·인사 등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아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사전에 정해진 권한과 규칙에 따라 후속 업무까지 실행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반복적인 업무 처리에서 벗어나 예외 상황을 관리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한다는 것이 SAP의 구상이다. 벙커트 CRO는 범용 AI 모델의 성능만으로는 기업 업무를 자동화하기 어렵다며, 기업 내부의 데이터와 산업 지식, 업무 절차를 AI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AI가 답하는 기업에서 실행하는 기업으로"

SAP의 자율형 기업 전략은 AI 비서 '쥴(Joule)'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산업별 AI, 데이터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쥴은 사용자가 여러 업무 시스템을 오가지 않고 자연어로 질문하거나 업무를 요청할 수 있는 통합 창구다. 예를 들어 "재고 부족이 예상되는 제품을 찾아 대체 공급 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AI가 관련 데이터를 조회하고 공급망을 분석해 후속 업무까지 수행한다. 벙커트 CRO는 "사용자가 여러 시스템을 오갈 필요 없이 쥴을 통해 질문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며 "핵심 업무 애플리케이션과 산업별 AI, 통합 데이터가 연결돼야 자율형 기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매·공급망·인사·고객관리 등 핵심 업무는 'SAP 자율형 스위트'를 통해 연결된다. 'SAP 인더스트리 AI'는 제조·유통·금융 등 산업별 규제와 업무 절차를 반영해 판단을 지원한다. 기반이 되는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은 기업 내부의 데이터와 업무 맥락, AI 모델, 접근 권한과 거버넌스를 통합한다. SAP는 쥴과 자율형 스위트, 비즈니스 AI 플랫폼을 각각 사용자 인터페이스, 업무 실행, 데이터·AI 기반을 담당하는 3개 레이어로 구성했다. 벙커트 CRO는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 AI가 부족 자재와 영향을 받는 생산계획을 분석하고, 대체 공급처와 구매 방안을 제안한다"며 "사전에 정해진 권한과 승인 체계 안에서는 구매 요청이나 생산계획 변경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벙커트 CRO는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산업 지식, 의미 있는 비즈니스 데이터, 엔터프라이즈급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기업은 현재 운영 중인 비즈니스를 중단하지 않고도 에이전트 중심의 업무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 데이터와 업무 맥락이 AI 경쟁력 좌우"

벙커트 CRO는 기업용 AI의 경쟁력이 범용 AI 모델의 성능보다 기업 내부 데이터와 업무 맥락을 얼마나 정확하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업무에는 고객·거래·재고·비용 정보뿐 아니라 산업별 규제와 승인 절차, 직원별 권한 같은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AI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더라도 실제 업무를 맡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AI가 기업 시스템에서 직접 행동하려면 데이터 접근 권한과 승인 체계, 실행 기록을 관리하는 엔터프라이즈급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SAP는 AI 에이전트가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이 주요 의사결정과 예외 상황을 통제하는 구조를 제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핵심 업무 애플리케이션과 산업별 AI, 통합 데이터가 연결돼야 자율형 기업을 구현할 수 있다"며 "기업이 기존 업무를 한꺼번에 바꾸는 대신,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AI 에이전트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삼성전기 MIS 그룹장이 SAP S/4HANA 기반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전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심민관 기자

◇ 삼성전기, ERP 전환 중단시간 144시간에서 34시간으로

이날 행사에서는 SAP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기업들의 전환 사례도 공개됐다. 박준호 삼성전기 MIS 그룹장이 SAP S/4HANA 기반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전환 사례를 소개했다.

박 그룹장은 "삼성전기는 SAP의 다운타임 최적화 기법을 적용해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예상됐던 비가동 시간을 144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였고, 감소 폭은 76%"라면서 "ERP 전환은 심장이식 수술과 같다. 국내에 선행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제조라인 중단 없이 전환을 완료했다"고 했다. 대규모 제조기업의 ERP는 생산과 구매, 물류, 재무 등 주요 업무와 연결돼 있다. 시스템 전환이 지연되면 생산라인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비가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앞으로 공급망관리(SCM) 계획과 ERP 실행, AI 분석, 시뮬레이션을 연결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자동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요 변화나 공급 차질을 AI가 감지하면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생산·구매 계획에 다시 반영하는 구조다. 박 그룹장은 "SAP S/4HANA 기반의 통합 플랫폼을 토대로 AI 시대에 대비한 완전 자동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벙커트 CRO는 "이 같은 ERP와 공급망 시스템의 통합이 자율형 기업을 구현하기 위한 토대"라며 "기업의 핵심 업무 데이터와 실행 체계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돼야 AI 에이전트가 분석 결과를 실제 생산·구매·재무 업무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