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기지국에 결합한 'AI-RAN' 선도망을 구축하고, 순찰로봇과 자율이송 차량,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서비스를 산업 현장에서 검증한다. 통신망이 데이터 전송에 그치지 않고 로봇의 AI 연산까지 분담하도록 해 지연시간과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기반조성' 실증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사업은 2027년까지 2년 동안 진행되며, 인천과 판교, 평택 등에서 제조·물류·산업안전 분야의 적용 가능성을 시험한다.
◇ 기지국이 AI 연산까지 담당… 4개사 장비 성능 비교
AI-RAN은 이동통신 기지국에 AI 연산 자원을 탑재해 통신과 컴퓨팅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로봇이나 자율주행 장비가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했던 고성능 연산을 기지국이 나눠 맡기 때문에 단말의 하드웨어 부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HFR, 에릭슨, 노키아 등 4개 제조사의 AI-RAN 장비를 구축한다. 서로 다른 업체의 장비를 동일 사업에서 함께 운용하며 성능과 안정성, 서비스 적합성을 비교할 예정이다.
AI 연산 장치도 CPU와 GPU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한다. AI 서버와 5G 코어망에서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사용자 평면 기능(UPF)의 배치 방식도 복수로 설계해, 어떤 구조가 초저지연 피지컬 AI 서비스에 적합한지 측정한다.
5G 단독모드(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통합관리시스템(SMO), AI 기반 네트워크 자율화 기술도 적용한다. SMO는 여러 제조사의 장비로 구성된 오픈랜 환경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제어하는 기술이다.
◇ 순찰로봇·자율이송·휴머노이드 3종 실증
실증 서비스는 사족보행 순찰로봇, 무인 자율이송, 휴머노이드 저전력 모드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대용량 영상 전송과 초저지연 통신, 이동성, 연산 분산, 네트워크 신뢰성을 정량적으로 검증한다.
사족보행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장 위험지역을 순찰하며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AI-RAN은 전달받은 영상을 AI 모델로 분석해 화재나 설비 이상 등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관제 시스템에 알린다.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는 공장에 설치된 라이다 센서 정보를 기지국으로 모아 현장을 디지털 공간에 재현한 뒤, 차량에 원격 주행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차량마다 고성능 연산 장치를 탑재하지 않아도 중앙에서 이동 경로와 장애물을 분석할 수 있어 물류 자동화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휴머노이드 실증에서는 로봇이 수행하는 복잡한 AI 연산 일부를 기지국으로 넘긴다. 로봇 내부의 연산량과 전력 소비를 줄여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드웨어로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안을 검증한다.
◇ 인천·판교서 시작해 KG모빌리티 공장으로 확대
1차년도에는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과 판교에 AI-RAN 선도망을 구축한다. 인천에서는 삼성전자 장비를 기반으로 사족보행 로봇과 이동형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산업안전 관제 서비스를 시험한다. 화학공장의 고위험 설비와 사각지대를 AI로 감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판교에는 HFR 장비를 적용한 피지컬 AI 리빙랩을 조성하고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를 검증한다. 2차년도에는 판교에서 확인한 기술을 KG모빌리티 평택공장으로 옮겨 실제 자동차 생산·물류 현장에 적용한다. 평택공장에는 에릭슨의 5G 기술을 적용한 AI-RAN망과 SMO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SK텔레콤이 주관하고 에릭슨코리아와 HFR이 장비 분야에 참여한다. 인텔리빅스와 서울로보틱스, 클레비는 피지컬 AI 서비스 개발을 담당한다. SK인천석유화학과 KG모빌리티는 수요기관으로 참여하며, 삼성전자와 노키아도 장비 공급과 기술 협력을 맡는다.
SK텔레콤은 실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성능지표를 만들고 O-RAN과 3GPP 등 국제 표준화 논의에 반영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AI-RAN 기지국, 산업 현장의 로봇을 초저지연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부의 'AI고속도로' 구상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