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채용 연계 중심에서 교육과 연구개발(R&D)까지 확대하고 있다. 과거 계약학과를 통한 인재 확보가 산학협력의 대표 모델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이 대학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공동 연구센터를 구축하는 등 미래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협력으로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을 단순한 인재 공급처를 넘어 선행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협력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석·박사급 연구인력 양성과 선행기술 확보를 위해 대학과의 공동 연구 및 교육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시스템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도 대학과 함께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려는 산학협력 모델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세대다. 연세대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혁신대학원(AX대학원) 사업에 선정돼 5년 5개월간 총 162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AX반도체공학과와 AX 연구협력센터를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공동 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며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IPS도 산학협력에 동참한다. 기업이 단순 채용 연계를 넘어 대학의 교육과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과정도 산업 현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올해 2학기 'AI향 메모리 반도체 특론'을 신설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임원 출신 전문가들이 HBM 설계와 로직 공정, AI 스토리지용 낸드 솔루션, 차세대 D램 기술 등을 강의한다. 기업 전문가들이 대학 교육에 참여하면서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 모델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도 대학과 공동 연구 중심의 산학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UNIST와는 '신소재 기반 반도체 연구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와 공정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미래 반도체 핵심 소재와 공정 기술 개발, 산학 기술 교류,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인공지능혁신대학원 사업은 기업이 공동 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해 교육과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운영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AX대학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총 22개로 늘릴 계획이다.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연구협력센터를 구축하고 현장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산학협력 모델도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인재 확보를 넘어 선행기술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산학협력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계약학과 중심의 채용 연계에 더해 기업 참여형 교육과정과 공동 연구센터 구축, 대학 연구실과의 공동 연구개발이 확대되면서 대학이 미래 반도체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핵심 연구 협력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