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전 세대인 DDR4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한 영향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형 제품 가격이 하락하던 기존 메모리 시장의 흐름이 AI 시대 들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D램./뉴스1

1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보다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승폭은 2분기보다 다소 둔화되지만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가격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 시장에서도 DDR4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16기가바이트(GB) DDR4 메모리 모듈 최저가는 최근 한 달 사이 약 19% 상승했다. 같은 기간 DDR5 가격도 올랐지만 상승률은 DDR4보다 낮았다.

DDR4와 DDR5는 PC와 서버에 사용되는 D램 규격이다. DDR5는 DDR4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차세대 규격으로 최신 PC와 AI 서버를 중심으로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용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정된 생산라인을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면서 범용 DDR4 공급이 빠르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DDR4 생산 종료(EOL)를 추진하며 단계적으로 생산을 축소하고 있다. PC 시장에서는 DDR5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 서버와 기업용 PC, 산업용 장비 등에서는 DDR4 기반 시스템이 여전히 널리 사용된다.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기존 플랫폼 유지 수요는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메모리 시장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형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신규 규격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확산 이후에는 HBM과 서버용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범용 D램 공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업체들도 HBM과 첨단 D램 생산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서다. 범용 D램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기존 플랫폼 유지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DDR4 가격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