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모델 사용 비용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AI 인프라 수요 자체는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12일(현지 시각)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AI 인프라 기업 경영진들을 인터뷰한 결과, 기업들이 AI 투자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했을 뿐 AI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보도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현재 벤처캐피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겔싱어 전 CEO는 "AI 수요는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며 "유일한 제약은 전력 공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창출할 경제적 가치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무한대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 스타트업에 임대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의 마크 보로디츠키 최고매출책임자(CRO)도 "현재 경험하는 수요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며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메타가 남는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임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xAI도 초과 용량을 대여하면서 시장에서는 AI 인프라가 과잉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관련 종목의 주가가 흔들린 배경으로도 지목됐다.

그러나 업계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AI 칩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의 앤드류 펠드만 CEO는 "메타와 xAI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라며 "업계 전체적으로는 연산 자원 수요가 공급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컴퓨트 인프라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를 받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박성윤 리벨리온 CEO는 "AI 인프라 구축 모멘텀은 여전히 강력하다"며 "메타와 xAI의 컴퓨팅 자원 임대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과잉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통신 장비 업체 루멘텀도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헐스턴 CEO는 "향후 5년간 생산할 제품이 이미 대부분 판매됐다"며 "5년 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투자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AI 모델 사용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로디츠키 CRO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AI 예산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이는 AI 투자를 줄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는 '밸류 맥싱(Value Maximizing)'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펠드만 CEO는 앞으로는 업무 특성에 따라 AI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첨단 AI 모델은 복잡한 작업에 활용하고 단순한 업무는 경량 모델이 맡게 될 것"이라며 "동네에 갈 때마다 대형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