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이동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이 요금제 표시 가격은 도매대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포인트와 상품권 등 현금성 혜택을 얹어 가입자의 실질 부담을 사실상 '0원'까지 낮추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자본력을 앞세운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마련된 '도매대가 이하 상품 출시 금지' 등록조건을 형식적으로만 지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요금제라도 가입 채널에 따라 혜택 차이가 40만원 이상 벌어져 이용자 차별 논란도 커지고 있다.

◇ 포인트·상품권 최대 52만원… 6개월 요금보다 혜택 더 커

1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SK세븐모바일과 KT엠모바일, U+유모바일 등 이통 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은 포인트와 상품권, 쿠폰 등을 결합한 가입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큰 혜택을 내건 곳은 LG유플러스 계열 U+유모바일이다. 신규 가입자에게 LG라이프케어몰 포인트를 월 4만원씩 최대 10개월간 지급하고, 12만원 상당의 쿠폰을 추가로 제공한다. 최대 혜택은 52만원이다.

KT엠모바일도 일부 요금제 가입자에게 최대 47만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 월 최대 130기가바이트(GB)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6개월간 사용하면 납부 요금은 총 24만9000원이다. 반면 이벤트 코드 입력과 친구 추천, 유심 가입 등 각종 조건을 충족하면 M마켓 포인트 45만원과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 2만원 상당의 유심 가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모두 반영하면 경제적 이익이 6개월치 통신요금의 두 배에 육박해 실질 부담이 '마이너스'로 내려간다.

SK세븐모바일도 일부 요금제 가입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또는 신세계상품권을 최대 18만원 제공한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월 1만5000원씩 12개월간 지급한다.

알뜰폰 업계는 이 같은 혜택을 단순 사은품이 아니라 사실상의 현금성 지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상품권은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전용 쇼핑몰 포인트도 상품과 모바일 쿠폰 구매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 표시 요금만 규제… "현금성 혜택 반영해야"

핵심 쟁점은 포인트와 상품권을 사은품으로 볼지, 실질 판매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볼지다. 이통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진출 당시 부과된 등록조건에는 "등록사업자는 도매제공 사업자의 상품을 제공받아 수익배분방식으로 지급하는 도매대가 이하로 상품을 출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원가 이하 경쟁으로 중소 사업자를 밀어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최근 프로모션은 월정액을 낮추지 않고 별도의 포인트와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표시 가격만 보면 등록조건을 지킨 셈이지만, 현금성 혜택까지 반영하면 도매대가 이하 판매와 유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규제 문구는 지켰지만 취지는 우회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포인트와 상품권까지 포함하면 도매대가 이하 판매와 다르지 않은 효과가 난다"며 "중소 사업자는 같은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마진을 포기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조건 위반으로 판단되면 제재 가능성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0조는 기간통신사업자가 등록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등록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 사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현행 등록조건에는 포인트와 상품권을 판매가격에 포함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해당 프로모션이 실제 등록조건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과기정통부의 판단이 필요하다.

◇ 같은 요금제인데 혜택 42만원 차이… 방미통위 구두 지적

가입 채널에 따라 혜택이 수십만원씩 달라지는 점도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U+유모바일의 최대 가입 혜택은 직영몰이 52만원, 알뜰폰 비교·개통 플랫폼 모요에서 30만원, LG유플러스 알뜰폰 플랫폼 알닷에서 15만5000원,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10만원 수준이었다. 직영몰과 오프라인 판매점 간 격차는 42만원이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LG유플러스에 채널 간 혜택 격차 문제를 구두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측은 "특정 사업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사안"이라며 "현재 방미통위 주관으로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는 요금이나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특정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상품권과 포인트, 쿠폰도 '경제적 이익'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채널별 혜택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으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요금제와 가입 조건인지, 혜택 비용을 통신사와 유통 채널 중 누가 부담했는지, 판매비용과 마케팅 방식에 합리적 차이가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외부 플랫폼이 자체 비용으로 추가 혜택을 제공한 경우와 통신사가 채널별 지원 규모를 달리한 경우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현행 규제가 도매대가 이하 판매와 채널별 이용자 차별을 따로 다뤄 현금성 혜택을 활용한 실질 저가 판매를 걸러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을 일정 기준에 따라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표시 월정액만 비교하면 요금은 그대로 둔 채 포인트와 상품권으로 실질 부담을 낮춰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표시 가격이 아니라 가입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업자와 유통 채널의 비용 부담을 구분하되 편법적 저가 판매와 과도한 이용자 차별을 함께 막을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