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인수합병(M&A)이 초대형으로 성장하는 해다. 인공지능(AI)은 메가딜(초대형 거래)을 촉진하고, 자본 재분배를 유도하며, 승자와 패자를 바꿔 놓음으로써 'K 자형' 구조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글로벌 딜 부문을 이끄는 브라이언 레비(Brian Levy) 리더는 현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Pw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A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해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거래 건수는 1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억달러(약 7조6800억원) 이상 메가딜이 거래액의 48%를 차지하는 반면, 나머지 시장은 4% 역성장이 예상된다. '많이 팔린 시장'이 아니라 소수의 초대형 자산에 '크게 베팅하는 시장'이 본질인 셈이다. 레비 리더는 미드마켓(중간 시장)으로의 거래 확산 여부를 '지속 가능한 M&A 국면'에 진입하는 신호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가딜 중심의 시장에서 미드마켓이 살아나지 못하는 배경은.
"현재 M&A 반등의 동력은 금융 여건 완화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긴박감'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드마켓을 짓누르는 가운데, 시장은 K 자형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가 규모, 회복 탄력성, AI 관련 포지셔닝이 중요한 곳에서 과감히 움직이면서 메가딜이 전체 거래 가치를 지탱한 결과다. 미드마켓 회복을 위해선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눈높이가 맞고, AI가 비즈니스 모델과 마진,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잠재 매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출회(出會) 타이밍이 고르지 않다. 2026년 3월 기준 전 세계 사모펀드(PE) 포트폴리오 기업 약 3만3000개 중 34%가 5년 이상 묶여 있어, 언젠가는 엑시트(투자비 회수)돼야 할 자산이다. 기회는 충분하지만, 투자자의 고품질 자산과 명확한 가치 경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거래 확산이 어려울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와 M&A가 한정된 자본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PE가 직접 구축(build)에 나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자본은 데이터센터·인프라·에너지 등 AI 생태계의 소수 지분 투자와 합작 법인(JV), 파트너십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Pw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는 2024년 1140억달러(약 175조원)에서 2027년 2520억달러(약 387조원)로 121% 급증할 전망이다. 나는 이를 'AI 자본 지출 대 M&A' 대립으로 보지 않는다. AI 투자는 전통적 M&A와 경쟁하는 동시에 미래 딜의 토대를 닦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혁신을 주도하려는 다음 M&A 물결이 뒤따를 것이다. 데이터센터처럼 수요는 폭발하는데 기존 자산이 너무 비쌀 때,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PE 플레이북(전략)의 구조적 확장이다. 결국 승자는 '어디서 구축하고, 어디서 인수하며, 어디서 파트너십을 맺을지'를 정교하게 판단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전력·유틸리티 섹터가 메가딜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일시적 테마가 아닌 '구조적 재편(structural realignment)'이다. AI 시대에 전력 확보와 에너지 안보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됐고, 기업은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규모의 경제와 회복 탄력성을 원하고 있다. 최근의 유틸리티 메가딜 붐은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장기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관세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이러한 시장 재편의 연장선일까.
"지정학적 리스크는 불확실성을 높이고 실사 기간을 늘리며 투자자를 더 신중하게 한다. 이제 '공급망 회복 탄력성'은 M&A 성사와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이는 단순히 관세를 피해 공장을 옮기는 좁은 의미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을 넘어 제품 생산지, 원자재 조달처, 최종 고객과 거리를 재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소유 구조가 파편화되고 있다. 밸류에이션 모델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전통적인 가치 평가 모델을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다. 예상 현금 흐름, 확률 가중 시나리오, 리스크를 반영한 할인율이라는 재무학의 기본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미래 결과물의 범위'다. AI가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면서 잠재 시나리오와 체계적 리스크 범위가 넓어졌다. 따라서 더 역동적인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하며, 소수 지분이나 비유동성 포지션 보유에 따른 가치 영향도 반영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기술집약형산업의 강점 덕분에 글로벌 투자자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이 역량은 전기화(electrification), 디지털 인프라, 공급망 회복 탄력성 등 글로벌 경제의 핵심 테마와 직결된다. 역사적으로 한국 기업은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 왔다. AI 시대 M&A는 이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다. 기술적 혼란이 시장을 재편하는 지금, M&A와 파트너십 등은 새로운 역량과 (미개척) 시장에 더 빠르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핵심은 '자본 배분의 규율(capital allocation discipline)'이다. '인수냐, 구축이냐'가 아니라, 어디서 전략적 우위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향후 12개월간 글로벌 M&A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지표는 무엇인가.
"딜 활동이 메가딜을 넘어 미드마켓으로 확산하는지 여부다. 미드마켓의 거래 건수 회복은 시장 전반에 투자 신뢰가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일시적 메가딜 사이클을 넘어 지속 가능한 M&A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가장 명확한 신호가 될 것이다."
Plus Point
글로벌 메가딜 톱 10, 미국이 싹쓸이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M&A 상위 10개 딜의 피인수 기업은 전부 미국 기업이었다. 유니온퍼시픽의 노퍽서던 인수(850억달러), 오크-이글어콰이어코의 일렉트로닉아츠 인수(550억달러)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톱 10 거래액 합산은 약 4389억달러로, 이들이 글로벌 메가딜(50억달러 이상 기준) 거래액 약 12%를 차지했다. 총거래 건수는 4만7827건이었다.
업종 쏠림도 뚜렷했다. AI 인프라(데이터센터·전력)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관련 딜이 절반을 넘었다. 블랙록 등 투자자 컨소시엄의 데이터센터 운영사 얼라인드데이터센터 인수(400억달러), 알파벳의 클라우드 보안 기업 위즈 인수(320억달러)가 대표적이다. 'K 자형 양극화'는 산업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