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삼성SDS와 현대오토에버에 이어 신세계아이앤씨(I&C)에도 창사 이후 첫 노조가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개발자·사무직 중심의 IT서비스 기업은 상대적으로 노조 조직화가 활발하지 않았던 업종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반도체 업계의 억대 성과급이 비교 대상이 되면서 보상·평가 체계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것이 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러스트=제미나이

◇ IT서비스 대기업 계열사 3곳, 창사 이래 첫 노조

10일 신세계I&C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노조는 한국노총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소속입니다. 노조는 출범과 함께 구성원의 고용안정 보장, 성과에 기반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 투명한 의사결정과 건강한 노사문화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노조는 "급변하는 IT 산업 환경 속에서 구성원의 고용안정과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했다"며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삼성SDS와 현대오토에버에서도 창사 이후 첫 노동조합이 출범했습니다. 삼성SDS 노조는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산하 지부 형태로 조직됐으며, 지난 5일 창립총회를 연 뒤 6일 공식 출범해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노조는 출범 하루 만에 5800여 명이 가입을 신청하며 조합원 과반 확보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국내 IT업계 노조 가운데 최단기간에 과반을 확보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삼성SDS 노조 출범의 배경에는 성과급 제도 개편이 있습니다. 회사는 기존에 현금으로 지급하던 성과급 일부를 연봉의 20% 수준에서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직원들은 주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과 퇴직금 산정 제외 등을 이유로 반발했습니다. 성과급 개편 찬반 투표는 한 차례 연장될 정도로 진통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노조가 출범했습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8일 전사 공지를 통해 노조 출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현대오토에버지회로 출범했습니다. 노조 설립 배경으로는 성과급 축소 기조 등 실적에 걸맞지 않은 보상 체계와 일부 인사 및 평가 제도에 대한 불신, 재택근무 폐지 등 근무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IT서비스 업계가 변했다… "노조 대응 커질 것"

IT서비스 기업들의 잇따른 노조 출범은 대형 시스템통합(SI) 업계의 인력구조와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 SI 계열사로 그룹사 내부 IT 시스템과 핵심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그동안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보상 체계를 유지해 온 데다 개발자·사무직 중심 화이트칼라 조직이 주를 이루면서 노조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성과급과 평가 체계, 고용 안정성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집단 교섭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억대 성과급 지급은 노조 설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주요 계기가 됐습니다. 대기업 내 업종별·기업별 성과급 격차가 벌어지면서 평가·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을 노사 교섭을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고 분석합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확산과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비용 효율화를 강화하면서 성과 중심 인사제도와 조직개편이 늘어난 점도 노조 조직화를 자극하는 배경으로 꼽힙니다. 실제 현대오토에버와 신세계I&C에서는 보상 체계뿐 아니라 인사평가 기준과 일방적인 조직 개편 등이 노조 설립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이에 IT서비스 기업들의 노사 소통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AI 확산으로 업무와 조직 재배치가 늘어나고, 경우에 따라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IT업계에서도 노동조합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성과급을 둘러싼 교섭이, 경기가 나빠질 때는 고용안정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교섭이 떠오르며, 노조를 통해 대응하려는 흐름은 앞으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