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계가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으로 주요 부품 가격이 상승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도 정부가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제조에 사용되는 일부 핵심 부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인도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들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다만, 이미 현지화가 많이 된 삼성전자보다는 애플과 샤오미의 수혜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인도 정부가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모듈, 리튬이온 배터리 셀, 일부 전자부품 등에 대해 5% 및 7.5%의 기존 수입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2029년 3월까지 적용됩니다.
삼성전자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공장은 2018년 증설 이후 연간 약 1억20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이다 공장은 인도 내수 시장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아 인도를 생산 기지를 넘어 글로벌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보다 일찍 자리 잡은 만큼, 현지 공급망과 부품 조달 체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현지 조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물론 이번 관세 면제로 원가 절감이나 인도 공장 경쟁력 강화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샤오미와 애플의 상황은 삼성전자와 다릅니다. 인도 정부의 관세 면제와 관련해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인도에서 자체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폭스콘, 타타 전자, 페가트론 등 협력사를 통해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주요 생산거점은 타밀나두주 스리페룸부두르와 카르나타카주입니다. 다만 애플은 디스플레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은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인도 내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가 폐지되면 제조원가가 직접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죠. 특히 애플의 '탈중국' 전략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애플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부품 수입 비용까지 낮아지면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경제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샤오미 역시 자체 공장보다 폭스콘, 디손 테크놀로지스 등의 생산시설을 활용해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도 판매 물량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조립하지만, 배터리 셀, 카메라모듈, 각종 전자부품은 중국 등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샤오미는 중저가 스마트폰 비율이 높아 영업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부품 원가가 조금만 낮아져도 수익성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관세 철폐로 인도의 '세계 스마트폰 공장'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도 핵심 부품은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5~7.5%의 관세가 붙으면서 생산 원가가 오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관세 철폐로 이러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인도는 중국, 베트남과 경쟁할 수 있는 생산 기지로서의 매력이 한층 커지는 것입니다.
관세 철폐는 단순한 세금 인하가 아니라 인도를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 허브로 육성하려는 산업 정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들의 생산 이전을 촉진하고 인도의 스마트폰 및 전자 부품 생태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도 컨설팅 기업 그랜트 손턴 바라트의 마노즈 미슈라 파트너는 "(인도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의 원가 경쟁력이 올라가고, 제조 현지화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자제품용 배터리의 인도 내 생산에 대한 투자가 촉진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