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사업 다각화가 실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냉난방공조(HVAC)와 전장, 로봇 등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TV, 가전 업황 부진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는 사이 완제품(DX) 부문의 체질 개선은 아직 완전한 피보팅(Pivoting·사업 전략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장, 데이터센터 냉난방 등 비가전 사업서 성장성 확인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2분기 비가전 분야에서 확실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장 사업을 비롯한 기업용(B2B)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며 회사의 전반적인 체질이 글로벌 가전 수요나 계절성, 특히 중국발 저가형 가전 공세로 인한 악영향을 벗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8297억원, 영업이익 1조5788억원의 잠정 실적을 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146.9% 늘어난 수치로 역대 2분기 기준 최대다. 매출 증가분은 3조945억원, 영업이익 증가분은 9394억원으로, 늘어난 매출 100원당 30원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분기 3.1%에서 올해 6.6%로 뛰었다. 미국 수출물량에 대한 관세 환급액(업계 추산 3000억원 안팎)이 일회성으로 반영됐지만, 이를 제외해도 영업이익률은 5.4%로 전년보다 2.3%포인트 높아 본업 경쟁력 개선이 실질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실적은 중국 가전업체의 저가·물량 공세와 계절적 성수기 효과라는 두 가지 변수를 걷어내고 봐도 의미가 크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 합산 점유율은 이미 삼성·LG 합산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과 볼륨존(중저가 제품)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과 빌트인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로 가격 방어에 성공하며, 업계의 상투적 우려였던 '중국발 위협'과 '상고하저 계절성'을 실적으로 뒤집었다.
특히 이번 실적에서는 가전·TV를 넘어선 성장 동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전장(VS) 사업은 높은 수주잔고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B2B 영역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며, 인포테인먼트(IVI) 중심 한 자릿수 중반대 영업이익률을 5개 분기 연속 유지하고 있다.
냉난방공조(ES) 사업은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히트펌프·유니터리 수요 증가에 더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향 냉각솔루션 사업 기회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부품솔루션 사업은 컴프레서·모터 등 기존 가전 부품을 넘어 로봇 액추에이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로봇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고, 웹OS(webOS)와 가전 구독, 온라인 판매 등 반복 수익 기반의 고수익 사업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협업 로봇 '엑시옴'은 하반기 양산이 목표로 제시됐으며, 최근 로봇사업센터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신설해 사업 개발·영업·운영 기능을 통합했다.
◇ 삼성, 반도체 제외하면 아직 체질 개선 '갈 길 멀다'
삼성전자 역시 냉난방공조 사업을 비롯해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 영업이익을 5000억~1조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1000억원 미만으로 보고 있다. 전장 자회사 하만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완제품 사업 전반의 반등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중국 저가 공세에 맞서 비주력 생산 거점 폐쇄와 해외 법인 통폐합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LG전자와 달리 아직 방어적 재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를 제외한 DX 부문이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로봇, 전장 등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LG전자의 경우 캐시카우 역할을 맡을 정도로 궤도에 올라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사업 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국내 증권사 7곳 가운데 6곳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7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24만6400원으로 종전보다 7만5000원 이상 높아졌으며, HSBC와 CGSI 등 외국계 증권사도 각각 28만원, 27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LG전자의 로봇 부품 사업과 관련해 높은 효율과 기존 방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강점으로 꼽으며, 하반기 파일럿 라인이 가동되면 내년부터 매출 기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사업은 올 하반기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 수주가 이뤄질 경우 2027년 하반기부터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