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와 협업해 만든 보급형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안경 '스타파이어'./메타 제공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기기로 지목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안경이 '몰래 촬영'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문제는 메타의 대응입니다. 스마트안경 초창기인 만큼 제품의 안전성이나 보안 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등 이에 반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AI 안경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메타는 세계 최대 안경 브랜드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잡고 만든 AI 안경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각각 2023년, 2025년에 선보인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299달러(약 45만원)짜리 저가 자체 상표 제품인 '메타 어드벤처러'와 '메타 퓨리'를 출시했습니다.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와 협업해 만든 보급형 모델 '스타파이어'도 최근 공개했습니다.

기존 레이밴·오클리 선글라스와 외형이 거의 동일한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의 경우 세련된 디자인에 AI 기술을 결합한 첨단 기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해에만 700만대 이상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메타 AI 안경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때 자동으로 켜지는 표시등을 가리고 불법 촬영을 하는 범죄 사례가 늘면서 해외에서는 '변태 안경'이라는 오명이 붙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메타 AI 안경을 쓰고 데이트 상대인 여성을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메타는 9일 새로운 카메라 안전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메타의 모든 AI 안경에는 LED 표시등이 달려 있고, 이용자가 사진·영상을 촬영할 때 흰색 불빛을 내며 자동으로 깜빡입니다. 앞으로는 이용자가 LED 표시등을 훼손하거나 가릴 경우 카메라 기능이 즉각 비활성화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메타는 "일부 이용자들이 단순히 테이프를 붙이는 수준을 넘어 LED 표시등을 개조하거나 훼손하려는 시도를 해온 정황을 포착했다"며 고도화되는 변조 시도에 대응해 안전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AI 안경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은 기기의 갤러리에 저장돼 이용자만 볼 수 있고, 직접 공유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에게 공유되지 않는다"며 "안경 사용자와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사생활 보호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메타의 최근 행보가 AI 안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메타는 착용자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초감지(super sensing)' AI 안경 시제품을 시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습니다. AI 안경에 달린 녹음기로 주변 소리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카메라를 활용해 몇 초 간격으로 사진을 촬영해 착용자의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명 '모든 순간을 보고 듣는 기기'인데,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섬뜩(creepy)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항상 켜져 있는 기기가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생체정보 관련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치 않습니다. 메타는 전날 자사 초지능연구소(MSL)가 개발한 첫 이미지 생성 모델 '뮤즈 이미지'를 선보였는데, 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사진과 릴스 등을 누구나 AI 이미지 생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또 한 번 역풍을 맞았습니다. 이용자가 별도로 설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공개된 사진이 모두 메타의 AI 생성 모델의 학습 재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 번 생성된 AI 이미지는 삭제할 수 없고,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을 무단으로 사용해도 알림을 보내지 않는다고 메타는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메타의 이런 조치가 "성인물이나 자극적인 딥페이크 생성으로 악명이 높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AI의 AI 모델) '그록'이랑 어떻게 다르냐"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인스타그램 공개 게시물의 AI 활용을 거부하는 설정을 하는 방법을 기재한 내용의 글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앞서 메타는 AI 학습을 위해 직원의 마우스 움직임과 디지털 활동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사내에서 진행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메타의 부실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들어 AI 협력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AI 안경의 성능과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에 치중된 메타의 AI 전략이 스마트안경과 AI 사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전사 차원에서 보다 일관성 있고 신뢰가 가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