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에 공급하기로 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양산에 들어갔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AI 서버용 스토리지까지 공급 범위를 넓히며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 인프라에 최적화한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 6.0 기반 eSSD 'PM1763'을 양산한다고 8일 밝혔다. PCIe 6.0은 PAM4 신호 방식을 채택해 기존 PCIe 5.0보다 2배 높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엔비디아 연례 AI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6세대 HBM인 HBM4, 소캠2(SOCAMM2), PM1763 등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PM1763 양산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용 메모리 솔루션 공급이 실제 제품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AI 서버에서 eSSD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AI 가속기가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업용 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와 AI 작업 지연을 줄이는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PM1763은 9세대 V낸드와 4나노 기반 신규 컨트롤러를 탑재했다. 빠른 읽기 속도와 컨트롤러 아키텍처 최적화를 통해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차세대 AI 플랫폼의 핵심 스토리지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은 4TB, 8TB, 16TB 등 세 가지 용량으로 제공된다. 이 가운데 16TB 제품은 업계 최고 성능을 구현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16TB 제품 기준 연속 읽기 속도는 최대 초당 2만8400MB, 연속 쓰기 속도는 최대 초당 2만1900MB다. 전작인 'PM1753'보다 약 2배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PM1763이 40GB 크기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약 1.4초 만에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마3 70B 모델을 4비트 양자화한 경우 약 40GB 크기에 해당한다. AI 모델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가속기와 프로세서 사이의 데이터 지연을 줄여 작업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냉각 성능도 차세대 AI 서버 환경에 맞췄다. PM1763은 콜드 플레이트를 소자에 직접 부착하는 D2C(Direct-to-Chip) 액체 냉각 방식을 활용한다. 고부하 환경에서도 장시간 최고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력 효율은 전작보다 1.8배 이상 개선됐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전력 사용량과 냉각 비용 부담이 큰 만큼, eSSD의 전력 효율 향상은 운영비 절감과도 연결된다.
보안 기능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PM1763에 PQC(Post-Quantum Cryptography) 암호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양자 컴퓨팅 해킹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PQC는 양자 컴퓨터 공격에 취약한 기존 암호화 알고리즘의 약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가상화 환경에서 데이터 통로를 보호하는 TDISP(TEE Device Interface Security Protocol) 기술도 적용했다. TDISP는 호스트 자원에 SSD 자원이 할당돼 연결이 형성됐을 때 허가받지 않은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PCI-SIG 표준화 기술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AI 서버 확대에 따라 eSSD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D램 용량 한계와 비용 상승으로 eSSD가 AI 인프라의 핵심 메모리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옴디아는 글로벌 eSSD 시장이 지난해 241억달러에서 올해 154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eSSD 시장에서 점유율 35.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PM1763 양산을 계기로 AI 서버용 고성능 스토리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상무는 "PM1763은 업계 최고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의 차세대 AI 플랫폼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고 제품 검증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이번 제품은 메모리 용량을 확장시켜 고객사의 AI 모델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