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029년부터 국내에 5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열고, 2035년까지 최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한국을 '아시아 AI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지만, 계획대로 용량이 확보되고 15GW 데이터센터가 연중 풀가동될 경우 전력비만 연간 24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24조원대라는 숫자가 SK텔레콤의 확정 비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전기요금은 가동률, 전력사용효율(PUE), 계약전력, 요금 종별, 계절·시간대별 요금, 전력 구매 계약 구조, 고객사와의 비용 분담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15GW라는 숫자가 지닌 전력비 민감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 15GW 풀가동 땐 연 131.4TWh… 전기요금 환산 시 24조원대
8일 조선비즈가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를 기준으로 SK텔레콤의 15GW AI 데이터센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필요한 전력량과 전기요금을 단순 계산한 결과, 연간 131.4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GW 규모 설비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가동된다고 가정한 수치입니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의 연간 평균 단가로 거론되는 킬로와트시(kWh)당 185.5원을 적용하면, 연간 전기요금은 약 24조4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SK텔레콤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7조992억원의 약 1.4배입니다.
2029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한 5GW 규모만 놓고 봐도 부담은 작지 않습니다. 5GW 설비가 1년 내내 가동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간 전력 사용량은 43.8TWh입니다. 같은 전기요금 단가를 적용하면 연간 전기요금은 약 8조1000억원으로 계산됩니다. 이는 SK텔레콤의 2025년 연결 매출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 전력 수급·요금 구조는 아직 검토 단계
문제는 전력 확보 방안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SK텔레콤은 부지 선정과 전력 수급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목표는 공개했지만, 이를 실제로 뒷받침할 전력망 접속, 장기 전력 조달, 비용 부담 구조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부지와 고객사 확보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반도체를 대규모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합니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냉각 전력도 필요합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데이터센터의 가동률과 수익성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SK텔레콤도 이런 위험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기후정보 공개 보고서 2025-2026'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전기요금 상승'이 주요 사업 위험 요인으로 적혀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성장 기회인 동시에 전력 사용량 증가와 비용 상승을 동반하는 리스크라는 점을 회사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고성능 반도체와 냉각 설비를 대규모로 돌려야 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입니다. 부지와 고객사를 확보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과 전기요금 부담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 수익성 가를 핵심 변수는 '전력'
다만 24조원대라는 숫자는 SK텔레콤이 실제로 부담하게 될 전기요금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전기요금은 계약전력, 요금 종별, 계절·시간대별 요금, 기본요금, 최대수요전력, 가동률, 냉각 효율, PUE, 전력 구매 계약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이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는지, 글로벌 빅테크와 장기 임대 계약을 맺는지, 별도 합작법인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를 활용하는지에 따라서도 비용 부담 주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객사에 전기요금 일부를 전가하는 계약 구조라면 SK텔레콤이 전력 비용을 모두 떠안는 구조는 아닐 수 있습니다. 따라서 24조원대라는 수치는 확정 비용이 아니라, 15GW 규모가 지닌 전력비 부담과 수익성 민감도를 보여주는 단순 환산치로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력 리스크를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더 이상 GPU 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전력망에 얼마나 빨리 접속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기를 확보할 수 있는지, 냉각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전기요금 상승분을 고객사와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가 사업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전력 조달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SK텔레콤이 15GW 청사진을 먼저 내놓은 만큼, 시장에서는 "발표가 앞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한 번 구축하면 장기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인프라입니다. 초기 투자비뿐 아니라 운영비, 전력망 접속 비용, 냉각비, 전기요금 변동성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결국 SK텔레콤의 15GW AI 데이터센터 계획은 "얼마나 크게 짓느냐"보다 "어떤 전기를, 얼마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로 검증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채효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부회장은 "AI 허브 구상은 성장 전략이지만 전력 계획 없는 AI 데이터센터는 비용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SK텔레콤이 15GW 청사진을 현실화하려면 부지와 고객사뿐 아니라, 연 24조원대 전기요금이라는 단순 환산치를 설득할 수 있는 전력 확보 계획부터 내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