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연합뉴스

마이크론이 두 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삼성전자도 성과급 충당금 제외 시 분기 기준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서는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거품론'을 잠재웠다. 해외 투자은행과 시장조사업체들의 기존 전망이 사실상 저평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성과급 걷어내면 100조원… 범용 D램·HBM4 쌍끌이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89조40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반도체(DS) 부문 성과급 충당금이 빠져 있어, 실질 영업이익은 106조을 넘는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임금협상에서 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는데, 올 1분기 6조원, 올 2분기 11조원 등 올 상반기에만 17조원의 충당금이 쌓였다. 충당금을 제외한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합산 영업이익(82조9000억원)보다 많다. DS부문 영업이익률은 8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이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1분기 전 분기 대비 80~85%, 올 2분기에도 50%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 2분기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전 분기 대비 60% 이상 성장한 약 3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능력(캐파)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품귀 국면의 최대 수혜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반등도 이번 실적을 뒷받침한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일 세계 최초로 6세대 HBM인 HBM4를 양산 출하했고, 약 4개월 만에 관련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12억달러(약 1조8500억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제품인 HBM4E는 지난 5월 말 주요 고객사에 12단 샘플을 발송했으며, 신뢰성 테스트 수율이 70% 이상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수율 80% 이상을 양산 안정권으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HBM4는 엔비디아가 하반기 출시하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충당금은 매 분기 반복되는 비용 요인일 뿐 이익 체력 자체를 훼손하는 변수는 아니라며, 충당금을 걷어내고 보면 삼성전자의 이익 개선 속도가 마이크론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 해외 IB도 하반기 실적 상향 러시… '거품론' 대신 재평가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시각도 이번 실적으로 재확인되는 분위기다. 제프리스는 메모리 가격이 올 3분기에 2분기 대비 40~50%, 올 4분기에도 30~4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2027년까지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난을 해소하거나 가격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동안 메모리 업황에 부정적이었던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16조원, 2027년은 135조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최근엔 2026년 약 245조원, 2027년 317조원으로 높였다. 영업이익 전망치를 2배 이상 상향 조정하며 그동안의 저평가를 인정한 셈이다. HBM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다시 평가되고 있다. UBS의 경우 삼성전자의 설비투자(CAPEX) 집행 가속화를 근거로 2027년까지 HBM 시장점유율이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메모리 수퍼사이클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본격화할 것이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결산 시점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엔비디아와 견줄 수준에 올라섰으며, 충당금 영향을 제외하면 영업이익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시가총액은 여전히 엔비디아를 크게 밑돌아 실적 대비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