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이 옛 자회사인 에스텍시스템을 이른바 '들러리'로 세워 아파트 통합경비용역 입찰에서 경쟁을 제한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공동주택 통합경비 시장의 특성과 제한적 경쟁 구조 속에서 업계 1위 사업자마저 담합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에스원 본사 이미지. /에스원 제공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5일 지난 2022년부터 부산·광주·대전·세종·충남·충북 등 6개 지역 23개 민간 아파트 단지의 통합경비용역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두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에스원 6억4100만원, 에스텍시스템 3억3200만원이다. 에스텍시스템은 1999년 에스원에서 분사한 유인 경비 전문업체다.

이번 담합은 에스원이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우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입찰 성립을 위한 경쟁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에스원은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사전 영업을 통해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지방 입찰 특성상 참여 사업자가 부족해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에스원은 과거 자사에서 분사한 에스텍시스템을 들러리로 세웠다. 이를 위해 에스원 임직원은 에스텍시스템 임직원에게 연락해 에스원의 낙찰을 전제로 입찰 참여를 요청했다. 일부 입찰에서는 들러리 참가를 요청하면서 투찰 가격이 포함된 산출내역서를 대신 작성해주기로 했다.

에스텍시스템은 이를 바탕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며, 공정위는 에스텍시스템이 해당 지역에서 통합 경비 수행 실적이 거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경쟁보다는 입찰 성립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23건의 입찰 가운데 21건에서 에스텍시스템이 들러리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한 중대한 법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특히 아파트 주민의 관리비가 투입되는 용역 입찰에서 담합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담합으로 낙찰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형성될 경우 그 부담이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입주민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스원은 과거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고도 정기적인 공정거래 교육을 해 왔다고 밝혔지만, 다시 담합으로 적발됐다. 회사는 2014년 ADT캡스(현 SK쉴더스)와 비수도권 기계경비 시장을 지역별로 나눠 영업한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회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매년 정기적인 컴플라이언스 점검과 공정거래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담합으로 내부 통제 체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담합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물리보안 사업이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수익원인 만큼 담합 유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아파트 통합경비용역은 한 번 수주하면 통상 2~3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보안업체들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힌다. 실제 에스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통합경비용역이 포함된 물리보안 서비스, 디지털 보안, 이동체 보안 등 부문의 매출은 1조2878억원으로 전체의 44.5%를 차지했다.

아울러 아파트 통합경비용역 시장은 가격 경쟁보다 사전 영업과 사업제안서 평가의 영향력이 커 담합 유인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입찰가격은 법정 인건비와 시스템 운영비를 반영해야 해 가격 경쟁 여지가 제한적인 반면, 제안서 평가는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 사전 영업 역량이 수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전국 단위 관제·출동 체계를 갖춘 사업자가 많지 않아 소수 업체가 반복적으로 경쟁하는 구조도 담합에 취약한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