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품질 검사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한 이후 리콜 등이 늘자, 최근 품질 검사를 담당할 베테랑 엔지니어 350명을 채용했다./연합뉴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AI발(發) 고용 충격 전망을 둘러싼 업계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7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체 직원의 약 2%인 48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올해 들어서만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AI 도입 이후 내보낸 인력을 다시 채용하는 기업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서다. AI가 실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역할이 재평가되면서 당분간 고용 시장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해고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Layoffs.fyi)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테크 업계 219개 기업이 11만9494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약 6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감원 규모인 12만4000명에 근접했다. 구조조정의 배경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AI 도입에 따른 반복 업무 자동화가 인력 감축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테크 업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상이 됐지만, 다른 산업에서는 AI의 한계를 경험하고 사람을 다시 채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2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원한 미국 포드 자동차는 최근 퇴직자를 포함한 베테랑 엔지니어 350여명을 다시 채용했다. 앞서 포드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품질 검사를 포함한 일부 공정에 AI를 도입했지만, AI가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다시 숙련 인력을 다시 영입한 것이다.

찰스 푼 포드 차량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AI는 훌륭한 도구지만, 결국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품질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라며 "설계 요구사항을 AI에 입력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 검사 등의 주요 업무에서는 여전히 숙련된 엔지니어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CBA)과 미국 IBM도 재채용 대열에 합류했다. CBA는 지난해 AI 음성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고객센터 직원 40여명을 해고했지만, AI가 상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고객 문의 전화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CBA는 결국 감원 결정을 철회했다. 스웨덴 대표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도 비슷한 이유로 올해 고객센터 직원 채용을 재개했다.

IBM도 채용 전략을 바꿨다. 당초 IBM은 AI가 수천개의 경영지원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사관리(HR) 업무의 약 94%를 AI로 자동화했다. 하지만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나머지 6%의 업무는 AI가 처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올해 전 사업부에 걸쳐 신입 채용 규모를 3배 확대하기로 했다. 니클 라모로 IBM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신입 채용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3~5년 뒤에는 인재를 키우는 파이프라인이 사라지고 결국 인재풀이 말라버리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AI의 성능을 과대평가하고 직원을 해고했다가 후회하는 기업의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그뷰에 따르면 주요 기업 경영진의 39%가 AI 도입을 근거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나,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5%는 "결과적으로 감원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AI 도입과 활용이 확산하면서 노동시장도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초급 개발자나 단순 사무직처럼 반복 업무 비중이 높은 직무는 여전히 AI에 빠르게 대체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에만 주력한 나머지 AI를 감독할 인력마저 내보냈다가 역으로 품질 저하 부메랑을 맞고 채용을 재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 대하는 고객센터 업무나 자동차 품질 검사처럼 오랜 경험과 정교함이 요구되는 전문 분야일수록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들도 앞으로 무조건 AI를 도입해 주요 업무를 자동화하는 대신, AI가 실제 사업 성과를 이끌고 투자수익률(ROI)를 창출할 수 있는지 판단한 뒤 업무에 어느 정도 적용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AI 도입과 지출을 추적하는 '램프'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AI에 적극 투자하는 테크 기업은 직원 수가 평균 10.2% 증가한 반면, AI 서비스를 단순 구독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직원 수가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를 고려했을 때 AI를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AI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빅테크 수장들도 최근 들어 AI가 일자리를 대거 없애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우려 달리 AI가 일자리 대재앙(jobs apocalypse)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업계가 사람의 역할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그간 AI로 화이트칼라 사무직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해온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도 발언 수위를 조정했다. 그는 "일자리 감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AI 도입으로 기업이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며 생산성 향상 도구로서 AI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