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작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해 납부했던 관세의 환급액이 일회성 수익으로 반영됐지만, 이를 제외해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가전·TV 중심 사업 구조에서 구독·플랫폼·전장·냉난방공조(HVAC) 등 반복 매출을 낼 수 있는 고수익 영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3조8297억원, 영업이익은 1조578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146.9%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최대치다.
이는 시장 기대치도 크게 웃돈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2조6184억원, 영업이익 1조740억원이었다.
올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0.4% 늘었고, 영업이익은 5.7% 줄었다. 통상 2분기는 1분기보다 마케팅 비용과 원가 부담이 커지는 시기인데, 이익 감소 폭을 한 자릿수로 막은 것이다. LG전자가 두 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24년 1·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 47조5569억원, 영업이익 3조25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 71.3%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연간 수치(2조4784억원)보다 7700억원 이상 많다.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과 TV 사업 부진 등으로 영업손실을 냈던 상황을 빠르게 개선한 모습이다.
◇ 관세 환급 3000억원 안팎… LG이노텍도 지원 사격
LG전자는 작년 미국 수출 물량에 납부한 관세의 환급 절차를 진행했고, 확정된 금액을 2분기 일회성 수익으로 인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따른 수익 규모가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를 단순 차감해도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대 후반 수준이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6394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환급 추정치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5.4% 수준으로, 전년 동기 3.1%보다 2.3%포인트 높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깜짝 실적의 핵심은 관세 환급 효과이나, HS(가전)의 판가 인상·구독가전 성장과 VS(전장)의 고수익성 인포테인먼트 매출 확대를 감안하면 본업 수익성 역시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LG전자는 올 2분기 실적에 인력 구조 효율화 차원에서 지난 4월 진행한 희망퇴직 비용도 반영했다. 관세 환급이 이익을 끌어올린 비경상 수익이라면, 희망퇴직은 반대로 수익성을 낮춘 일회성 비용이다. 회사는 원가경쟁력 개선과 전사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비용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실적 호조도 LG전자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을 보탰다.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이 2분기 연결기준 1900억~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과 아이폰 판매 호조, 광학솔루션 및 기판 사업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광학솔루션 사업 비중이 크다. 환율이 높을수록 수출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늘고, 고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 수익성 개선 폭도 커진다.
◇ 가전 수익성 개선이 실적 이끌어… TV 흑자 유지한 듯
LG전자는 이달 30일 확정 실적 발표에서 홈솔루션(HS),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전장(VS), 에코솔루션(ES·냉난방공조) 등 사업본부별 성과를 공개한다.
증권가에서는 HS 부문이 2분기 실적 개선의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본다. 이 부문의 올 2분기 실적은 매출 6조원대 후반, 영업이익 7000억원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에어컨 성수기 효과에 더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대중 시장 공략에서 성과가 나왔고, 구독 가전 확대와 물류비·원재료비 관리가 수익성 방어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MS 부문은 지난해 연간 75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 1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했다. 2분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마이크로 RGB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원가 구조 개선, 재고 관리가 성과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MS 부문이 올 2분기에 매출 5조원 안팎, 영업이익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흑자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시장에서는 스마트TV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인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이 MS 부문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V를 한 번 판매한 뒤에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드웨어보다 이익 변동성이 낮다.
전장 부문은 매출 3조원 안팎, 영업이익 2000억원대 초중반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 안에서 내비게이션·음악·영상·통신 기능을 통합해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수요가 확대되면서 높아진 수주 잔고가 매출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ES 부문은 냉난방공조 사업이 해외 시장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문이 올 2분기에 매출 2조7000억원 안팎, 영업이익 2000억원대 초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차기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북미 빅테크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품질 인증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고, 테스트 완료 뒤 반년에서 1년 사이에 실적 기여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액체냉각용 냉각액 분배 장치(CDU)도 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향 품질 검증을 진행 중이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 환급에 따른 단기 실적 호조와 원가 효율화를 통한 이익 체력 개선이 나타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과 로보틱스 등 신사업 본격화가 하반기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