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이 최대 15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 초대형 AI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정부의 'AI 3강' 전략과 지역 균형 발전 과제를 연계해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AI 3강은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 목표다. SK텔레콤은 전력 수급, 부지, 운영 체계, 핵심 고객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GW급에 70조원… 전력·자본 확보가 관건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초대형 인프라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고성능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1GW급 AI 데이터센터에는 통상 약 70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사업비는 자체 투자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 투자, 고객사 장기 계약,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SK텔레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꺼낸 배경에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이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 부지, 냉각 설비, 반도체 확보 문제로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미국 중심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세계 각지로 넓히는 이유다.

SK텔레콤은 한국이 AI 데이터센터 입지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핵심 부품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여건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축적한 대규모 인프라 관리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울산서 첫발… 2029년 5GW, 2035년 15GW로 확대

첫 거점은 울산이다. SK텔레콤은 울산에 건설 중인 1호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서남권 1GW 추가 구축을 포함해 2029년부터 국내에서 총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후 수요와 투자 여건을 고려해 2035년까지 전체 규모를 15GW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업에는 SK그룹의 AI 인프라 역량이 결집된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반도체, 에너지 솔루션, 건설, 운영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이 과정에서 'AI 인프라 설계자' 역할을 맡아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을 총괄한다. 그룹 내 반도체·에너지·건설 역량을 묶어 풀스택 AI 인프라 체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 센터에는 AI 연산에 특화된 냉각 시스템과 전력 시스템이 적용된다. 엔비디아와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로 불리는 'AI 팩토리'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7년 AI 팩토리 운영을 시작해 향후 GW급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의 차세대 국가 인프라로 보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의 기반이 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디지털 경제의 토대가 됐듯, AI 데이터센터가 AI 시대의 핵심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역 산업과 연계하면 지방의 전력·산업 부지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글로벌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정부와 산업계, 지역사회와 협력해 한국이 아시아 핵심 AI 인프라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