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이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엔지니어는 오히려 환호했다. 리더가 사전에 리스크를 명확히 인지하고 승인했기 때문이다. 더 빠르게 전진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용도의 포용적인 실패가 머스크 리더십의 핵심이다."

우주·항공 저널리즘의 권위자이자 미국 과학 매체 아스테크니카의 수석 우주 기자인 에릭 버거는 6월 24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버거 기자가 최근 발간한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내부 시스템과 머스크의 리더십을 가장 객관적으로 분석한 책으로 평가된다. 그는 머스크 리더십에 대해 "세간에서 말하는 폭군 같은 독재자라기보다 놀라울 정도로 날카로운 직관의 '수석 엔지니어'에 가깝다"라고 했다. 머스크가 사라질 경우 스페이스X의 혁신 DNA가 유지될 수 있느냐 질문에는 "단호하게 말하건대 '아니요(No)'다"라며 "지난 5년간 이 질문을 정말 깊게 고민해 왔지만, 대안이 될 만한 내부 시스템이나 리더는 단 한 명도 없다. 머스크는 유일무이하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릭 버거 - 아르스테크니카 수석 우주 기자, 미국 공인 기상학자, 저서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사진 에릭 버거

스타십의 연이은 폭발에 대해 누군가는 실패라고 한다.

"머스크는 리스크를 미리 인지하고 자기가 승인한 실패에 대해서는 극도로 관대하다. 가장 좋은 예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없이 폭발했던 팰컨 9 로켓 1단의 착륙 시도다. 외견상으로는 실패였지만 엔지니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머스크는 유튜브에 '우주로켓 부스터를 착륙시키지 못하는 방법'이라는 실패 모음 영상을 직접 공개하는 등 실패가 감추야 하는 오점이 아닌 기술 진화의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머스크는 필요한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설계해 만드는 '제1 원리'를 고수한다고 분석했는데.

"내가 책에서 쓴 내용이다. 실제 머스크는 우주선 드래곤 내부의 과학 실험용 냉장고를 고정할 걸쇠 두 개가 필요했다. 크게 의미 없는 부품 같지만, 나사의 전통적인 부품 공급 업체는 한 개당 무려 1500달러(약 230만원)를 요구했다. 이런 사실이 사내에 알려졌고, 스페이스X의 한 엔지니어가 고민하다가 화장실 칸막이 잠금장치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결국 스페이스X는 단돈 30달러(약 4만5000원)짜리 기성 부품을 기반으로 자체 잠금 메커니즘을 제작했고, 이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기존 공급망의 거품을 깨부순 사례로 유명한 사례다."

머스크의 회사는 주 80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유명하다. 인재가 연봉을 넘어 머스크의 가혹한 환경에 광신하게 한 동력은.

"머스크는 확실한 스톡옵션을 줘서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일치하게 했다. 그런데 직원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따로 있다. 이들은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메시아적 미션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 우주공학자에게 스페이스X는 공상과학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기회다. 또 이곳에서 몇 년을 버티면 로켓 공학계의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것만큼 많이 배울 수 있다. 이런 이력서 한 장이면 업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통행증이 된다는 점은 천재를 일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에릭 버거 - 아르스테크니카 수석 우주 기자, 미국 공인 기상학자, 저서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사진 에릭 버거

보잉 등 전통 우주 기업이 관료주의로 정체를 겪는 반면 스페이스X는 독주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대형 거대 우주 기업의 최우선 관심사는 일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반대로 스페이스X는 철저하게 행동과 시도에 중점을 둔 수평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머스크는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준다."

월터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폭군 같은 '악마 모드'를 강조했다. 반대로 당신은 그의 엔지니어링 직관에 주목했다. 현장에서 본 머스크는 어떤 사람인가.

"현장에서 본 머스크는 천재적인 수석 엔지니어였다. 머스크가 팰컨 9 로켓에 나사가 결사반대하던 추진제 고밀도화 기술을 도입하려 했을 때 대부분의 안전 전문가가 소리를 지르며 반대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자기 직권으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현재 머스크의 우주선은 나사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안전한 이동 수단이 됐다."

머스크의 강압적인 리더십 때문에 초기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세계 최고의 인재가 가장 진보한 우주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게 하는 곳이며, 그들은 스톡옵션을 받기 위해 매일 줄을 서는 조직이다. 수많은 엔지니어가 가혹한 환경에 중도 탈락하지만, 그 과정을 버티고 살아남은 인재는 스페이스X의 문화를 완벽히 흡수해 강력한 리더로 성장한다."

머스크 리더십이 우주산업에서는 통하고, 소셜미디어(SNS) 트위터(현 X)에서는 삐걱거린 이유가 무엇일까.

"머스크는 로켓과 자동차처럼 물리적인 물체를 설계·제작하고, 하드웨어 공학의 난제를 풀고 미래를 시각화하는 데 탁월하다. 반면 SNS 기업은 복잡한 규제의 덤불을 헤쳐 나가야 한다. 하드웨어 천재성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애초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건 재정적 성공이 목적이 아니다. 정치적인 발언권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한국은 우주산업에서 여전히 후발 주자다. 한국이 머스크 리더십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은.

"한국이 우주산업에서 누리호를 개발하고 자체 로켓엔진 기술을 확보한 것은 대단히 훌륭한 첫걸음이다. 이제 한국은 우주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 싶은지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유인 우주비행인가, 저궤도 광대역 통신인가. 전략을 세운 뒤에는 상업 스타트업을 '가장 먼저', '즉시' 참여시켜야 한다. 그들이 정부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훨씬 빠르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라는 거대한 아이콘이 사라져도 스페이스X의 혁신 DNA가 유지될까.

"단호하게 말하건대 '아니요'다. 지난 5년간 이 질문을 정말 깊게 고민해 왔지만, 대안이 될 만한 내부 시스템이나 리더는 단 한 명도 없다. 머스크는 유일무이하다. 그는 엄청난 강점과 끔찍한 결점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라는 존재 자체가 오늘날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만들었다. 단 하나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머스크다."

평온 못 견디는 광기, 머스크를 움직이는 '악마 모드'

세계적인 전기(傳記)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2023년 책 '일론 머스크'에서 머스크의 복잡하고 극단적인 성격을 '악마 모드(demon mode)'로 묘사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악마 모드를 극도의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현되는 어둡고, 냉혹하며, 워커홀릭적인 상태로 정의했다. 악마 모드일 때 머스크는 직원의 두려움이나 슬픔을 완전히 차단한 채, 오직 목표 달성만을 위해 움직인다. 또 직원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무자비하게 질책하거나 그 자리에서 즉시 해고한다. 아이작슨은 이런 모습에 대해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마감일을 맞추거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광적인 몰입 상태로 밀어 넣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작슨은 어린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버지로부터 입은 심리적 상처로 인해 생존 본능이 극대화하면서 악마 모드라는 방어 기제가 발현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성향은 평온하고 안정된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등과 위기를 갈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이작슨은 '일론 머스크'에서 "머스크의 악마 모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성공시킨 파괴적인 원동력이자, 주변 사람에게 깊은 감정적 상처를 남기는 양날의 검"이라며 "그는 리더로서 결코 존경받기 힘든 폭군 같은 면모가 있지만, 그 광기 어린 몰입 덕분에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거대한 도전을 지속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