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요하네스버그대 심리학과 클로드-엘렌 마이어(Claude-Hélène Mayer)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가 품은 개인적 사명감은 전통적인 경제가치를 초월한다"면서 "이는 매우 강력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마이어 교수는 2025년 '국제정신의학리뷰'에 머스크의 생애를 실존 심리학과 '트랜스휴머니즘' 관점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머스크의 정신 심리 세계를 분석한 논문이 동료 평가를 거쳐 정식 출판된 건 처음이다. 마이어 교수는 같은 해 카를 융의 원형 이론으로 머스크를 분석한 논문도 발표했다.
마이어 교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리더십은 전통적인 경영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실존적 사명'에 의해 작동한다. 마이어 교수는 "그에게 파산과 실패의 위험은 리더가 회피해야 할 경영 리스크가 아니라, 오히려 조직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동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마이어 교수는 또 "머스크 내면에는 '탐험가' '창조자' '반역자' 원형이 충돌하며 공존하고 있다"며 "이는 인류 구원이라는 거시적 이타주의와 직원에 대한 냉혹함이 함께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의 배경"이라고 짚었다. 마이어 교수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와 정부 간섭 등으로 회사 구조가 변형되더라도 머스크는 환경을 재정의하며 결국 사명을 구현할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마이어 교수와 일문일답.
머스크는 "인류의 의식을 확장하겠다"는 개인적 사명과 회사 경영을 완전히 동일시한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이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시장의 원칙과 충돌하는데, 어떻게 머스크는 기존 기업 이사회나 지배구조 체계를 무력화하며 제어 불가능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나.
"머스크는 카리스마적 권위를 활용해 기업 가치 평가의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를 무력화했다. 즉, 전통적인 이윤 추구 동기보다 실존적인 트랜스휴머니즘 목표를 앞에 내세운 것이다. 기업가의 책무성을 '창조자로서의 창업자(founder-as-creator)'라는 서사로 대체한 것이다. 자본을 주주 환원이 아닌, 생존 중심의 혁신, 인류의 오랜 생존을 위한 자원으로 재맥락화했다. 이는 이해하기에 매우 흥미롭고 심도 있는 과정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역사에서 머스크는 파산 직전의 극단적 모험을 자처해 왔다. 전통 경영학에서는 이를 무모한 도박으로 보지만, 당신은 로고테라피(의미 치료) 관점으로 해석했다. 머스크에게 실패와 파산 위기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자 소음일 뿐인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심리학자인 빅토르 프랭클 박사의 로고테라피 관점으로 머스크를 보면, 그의 접근 방식은 '의미를 향한 의지(will to meaning)'에 의해 추동된다. 실존적 틀에서 파산과 실패의 위험은 반드시 단순한 소음은 아니며, 오히려 한 개인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실패는 도전에 대응하고 끊임없는 요구에 직면함으로써, 자신을 재조정하고 회복 탄력성을 발휘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책임이 함께 따른다. 즉, 정체나 권력 추구가 아니라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여기서 실패는 걸림돌이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투쟁과 고통의 의미를 찾으라는 부름이다. 프랭클 박사에 따르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강력한 '왜(Why)'를 품은 사람은 어떠한 상황도 거의 버텨낸다. 그에겐 어떤 가치, 사상, 행동의 목적과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왜 그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며, 그 방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로고테라피에서 인간은 창조, 즉 인간이 세상에 무엇을 내어놓는가를 통해 일차 목적과 의미를 발견한다. 따라서 머스크에게는 삶과 일에서 자기 목적과 의미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극심한 고통과 도전을 견뎌내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이자, 삶과 일터에서 목적과 의미를 따르는 과정의 일부이다. 머스크에게 부여된 과업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인간의 의식을 확장하는 것이며, 이런 사명이 있기에 그는 과도한 지출이나 관습적인 재무적 생존을 뛰어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그의 사명은 전통적인 경제가치를 초월한다."
머스크의 심리에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영웅 판타지가 있다. 그의 내면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는 '탐험가', 무언가를 만드는 '창조자', 규칙을 부수는 '반역자'의 성향이 어떻게 공존하고 충돌하는가.
"영웅 원형과 그것이 탐험가, 창조자, 반역자 원형과 맺고 있는 상호 연계성을 살펴보면, 이 원형은 서로 잘 어우러진다. 머스크는 이 다른 원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이 모든 원형은 공존하며 특정 상황과 맥락에 따라 활성화된다. 때로는 특정 원형이 우선시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원형이 기술적 진보 그리고 자기 비전, 의미, 목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거대한 비전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형의 특성을 보면 '창조자'는 지속적이고 깊은 몰입과 완벽주의 추구를 통해 번창하는 반면, '탐험가'는 미지의 영역으로 신속하고 때로는 혼돈에 가까운 확장을 추진한다. 한편 '반역자'는 창조자가 구축하려는 바로 그 시스템을 뒤흔들며, 대규모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규칙 및 규제와 충돌한다. 확실히 이 각각의 원형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있지만, 대체로 이 원형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나 화성 이주처럼 '인류 전체'를 구하겠다는 거대한 이타주의를 말하면서도, 정작 주변과 내부 직원에게는 극도로 냉혹하고 공감 능력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거시적 공감과 미시적 냉혹함'이라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전 인류를 향해 이타적이라는 측면은 일론 머스크에게 압도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가치 지향의 초월적 차원'을 설명해 준다. 그에게 존재 가치는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에 닻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메타 수준의 가치 지향으로 인류 이익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해서, 대인 관계까지 반드시 공감적인 방식으로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별개의 문제이며, 필연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머스크의 경우, 직원은 인류를 위한 선을 창조하려는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흔히 개인은 자기만의 거대한 목표와 지향점을 가치관으로 삼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원칙을 구현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인지적 목표, 감정, 행동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삶에서 생각하고 가치와 목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일상의 상호작용에서 특정 행동으로 직결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머스크는 일반 트랜스휴머니즘 학자와 달리 영생이나 행복, 장수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추구하는 '엔지니어적 초인주의(테키 트랜스휴머니즘)'의 본질은 무엇이고, 왜 기술을 인류 종말을 막을 유일한 '실존적 방주'로 여길까.
"초지능·초장수·초행복은 머스크의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그보다 기술을 인간의 삶에 통합하는 것이 그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머스크는 한편으로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향상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신체 부위를 기술이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 깊은 관심이 있다. 즉, 신체를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단위로 보는 매우 실용적인 관점이다. 신체·영혼·정신을 모두 포함해 생명을 정의하는 통합적인 관점은 아니다. 머스크의 테키 트랜스휴머니즘은 삶과 기술을 개선하고, 인류에 긍정적인 이바지하며, 비범한 과업을 수행하고 독보적인 존재가 됨으로써 자기 삶을 의미 있게 하고자 하는 개인적 흥미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이는 경쟁심이라는 그의 높은 가치관에 의해 강력하게 동기 부여된 것으로 보이며, 이 경기에서 이기고 인류의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초로 해내려는 성향의 일부이다.
그는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기술 발전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창조하는 첨단 기술이 이를 긍정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의 손에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본인이 바로 그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독재적 비전으로 운영된다. IPO 이후 정부의 규제, 자본시장의 압박 같은 '외부 제약'에 부딪힌다면, 회사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머스크는 어떻게 반응할까.
"머스크는 매우 지적이고 섬세하며 고도의 유연성이 있는 사람이다. 회복 탄력성이 매우 뛰어나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이다. 머스크는 자기와 자기가 이끄는 기업에 적합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을 절대 멈추지 않을 인물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그는 자기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재정의하고 재창조하는 데 언제나 성공해 왔다. 그의 개인적 사명감은 매우 강력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만약 향후 스페이스X의 운영 구조가 잠재적으로 변형된다고 하더라도, 머스크는 자기 사명과 비전을 구현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다른 방식으로든 운영을 지속할 것이라 확신한다."
유년 시절 유학지에서 심한 학교 폭력과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서적 학대가 머스크에게 깊은 불안감을 심어주었다고 분석했다. 이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계시장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기업가 정신의 에너지원이 됐을까.
"머스크는 그를 번창하게 하는 많은 성격적 측면이 있다. 그는 지능, 창의성, 기업가적 비전 그리고 자기가 진화시키고 싶은 것을 실천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을 결합해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있다. 좌절로부터도 빠르게 회복한다. 그의 에너지는 다양한 성격적 특성, 유년 시절의 경험,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매우 강한 의지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의미 추구라는 측면 그리고 이와 연결된 사명과 비전이 그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과거 머스크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리버테리언(기술적 자유주의자)에 가까웠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전폭 지지하고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참여하는 등 우편향 행보를 보였다. 이런 '자기 급진화'는 트위터 인수 후 겪은 위기의 연장선인가, 아니면 선민의식의 변종인가.
"머스크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있는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는 인맥 쌓기를 권력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사명을 지속 가능하게 구현하기 위해서 그는 타인과의 연결, 강력한 지지, 자금 조달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의 경제 부문과 정치 영역은 종종 긴밀하게 상호 연결돼 있으며, 머스크가 하고자 했던 일 역시 바로 그것이다. 즉, 자기 아이디어와 기업이 번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적 공간에 위치하려는 것이다."
머스크는 젊은 시절 신을 부정했지만, 최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믿는다고 언급했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과 실패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초월적 존재를 찾는 걸까.
"많은 사람이 인생의 후반기에 종교적 또는 영적 신앙으로 돌아서거나 귀의한다. 머스크가 그리스도의 것으로 돌리는 기독교적 가치인 사랑·용서·친절은 인본주의 철학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가치이며 인간의 필수 덕목으로 간주한다.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공동체에서 자란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그 역시 이러한 가치가 중요하다고 깊이 믿고 있으며 이를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치관에 따라 살고자 노력할 때조차도 반드시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믿는 것과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고 구현하는 것 사이에는 때로 큰 격차가 있다. 나아가 강한 종교적 또는 영적 가치를 지닌 개인은 대개 더 높은 수준의 의미를 경험하고 이를 향해 나아갈 목표가 있다. 머스크가 자기 신앙을 어떤 '도구'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가 자라온 신앙의 일부이며, 유년 시절에 습득한 사고방식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러한 가치 세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클로드-엘렌 마이어 요하네스버그대 교수는 머스크 같은 미래주의자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필요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윤리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의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면교사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 기술 진보보다 인간 가치를 언제나 최우선으로 하는 인본주의적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
2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한다.
3속도 중심의 인지적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각과 직관, 삶의 경험을 일터에서 천천히 체화해 나가는 문화가 필요하다.
4거대 기술 권력이나 디지털 독점 세력이 인간의 삶을 통제하고 종속시키는 현상을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5인간 고유의 사고와 인지적 자유를 보호하고, 새로운 차원의 창의성과 혁신을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다.
6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세계는 인간의 신체와 감정 그리고 정신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구축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7개인의 건전한 자아 형성과 성장을 위해 인간적인 대면 경험과 정서적 연결,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8새로운 기술 중심의 삶이 초래할 수 있는 글로벌 불평등과 다양성 훼손 그리고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9비판적 안목과 따뜻한 성찰을 동시에 유지하며, 그 어떤 비즈니스와 상호작용에서도 '인간의 영혼'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