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인공지능(AI)으로 발생한 이익을 국민과 나누기 위해 미국 정부에 회사 지분 5%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기업들의 AI 이익 공유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정부를 직접 주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반면, 앤트로픽은 모든 미국인에게 개인별 계좌를 만들어 AI 기업 주식을 직접 배분하자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는 지분 공유보다는 교육과 직무 훈련 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과 만나 미 행정부에 오픈AI 지분 5%를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주요 제안은 오픈AI가 정부에 지분을 제공해 '공공 자산 펀드(Public Wealth Fund)'를 조성하고, 이 펀드가 장기 분산 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국민에게 직접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올트먼 CEO는 AI로 창출된 이익을 국민과 나누는 최선의 방법은 재정적 지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초기 협의에서 5% 규모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픈AI의 올 3월 기준 기업 가치는 8520억달러(약 1300조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5% 지분의 가치는 약 426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합니다. FT는 이 구상에는 다른 AI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다른 AI 기업들이 같은 방식에 동참할지는 불투명합니다.
◇ 오픈AI가 꺼낸 공공 자산 펀드… "AI 이익 소수 집중 우려"
오픈AI가 주장한 공공 자산 펀드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구상은 아닙니다. 오픈AI는 지난 4월 발표한 '지능 시대의 산업정책' 정책 제안서에서 AI 산업 성장으로 생기는 수익을 국민에게 나누자며 공공 자산 펀드를 제시했습니다. 금융 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도 AI 기업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공 자산 펀드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수익을 시민에게 직접 배분하자고 제언했습니다.
오픈AI는 이 같은 구상의 배경으로 AI 성장 이익이 소수 기업에 집중될 위험을 들었습니다. 오픈AI는 해당 문서에서 "AI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오픈AI 같은 소수 기업 안에 집중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AI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 효과를 체감하더라도 그 혜택이 자신들에게 돌아온다고 느끼지 못할 수 있고, AI가 일자리를 흔들고 산업 전반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 앤트로픽은 정부 대신 개인 계좌… "AI 성장분 나누자"
앤트로픽도 AI 성장 이익을 시민과 나눠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법은 다릅니다. 앤트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경제정책 프레임워크 보고서에서 '보편적 사전 분배 자본 계좌'(Universal Pre-distributive Capital Accounts)를 마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쉽게 말해 국민 개인별로 일종의 'AI 기업 투자 계좌'를 만들고, 여기에 AI 기업 지분 등을 재원으로 넣어 AI 기업 가치 상승분을 시민들이 나눠 갖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또 단순 생활비 지원이 아니라 이주비나 직업 전환 비용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특징입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환원 방식이 갈리는 배경 중 하나로 미국 정부와의 관계 및 규제 대응 방식의 차이를 꼽습니다. 미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가진 오픈AI와 달리, 앤트로픽은 잇따라 마찰을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앤트로픽은 지난 2월 미 국방부와 AI 모델 사용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완전 자율 무기와 대규모 국내 감시에 자사 모델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며 모든 정부 기관에서 퇴출 지시를 내렸습니다.
◇ 빅테크는 지분 공유 대신 교육·훈련 지원
한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의 상생 접근법은 지분 공유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구글은 2024년 4월 7500만달러 규모의 'AI 기회 기금(AI Opportunity Fund)'을 조성해 농촌 및 소외 계층 근로자, 학생, 비영리 단체 등 1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AI 교육과 직무 훈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두를 위한 AI 역량 강화(AI skills for everyone)'라는 기치 아래 직무별·조직별 맞춤형 AI 학습 경로와 교육 자료를 보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분 공유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운 배경에는 상장사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오픈AI나 앤트로픽과 달리 이미 증시에 상장된 거대 기업인 만큼, 정부나 대중에게 지분을 양도할 경우 기존 주주의 가치 훼손 논란과 법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오픈AI의 지분 양도 제안이 순수한 사회 환원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Axios)에 따르면,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모두 투자한 한 주요 투자자는 오픈AI의 제안이 정부의 호감을 얻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에 가깝게 읽힌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