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 자금을 활용한다.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가 기술 개발부터 검증, 양산, 판매까지 사업 전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1·2·3차 협력사 간 상생 협약' 체결식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 계열사와 협력사들이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가운데 반도체 소부장 협력사 지원을 중심으로 상생 모델을 확대한다.
이번 지원의 핵심은 '협력사 성장 주기 맞춤형 상생 모델'이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의 사업 단계를 기술 개발, 테스트·검증, 양산, 판매로 나누고 각 과정에 필요한 자금, 인프라, 컨설팅, 대금 정산 지원을 제공한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R&D 도전 보상제'를 새로 도입한다. 이 제도는 자금 부담 때문에 연구개발을 주저하는 협력사에 초기 개발비의 최대 50%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구가 실패하더라도 기술적 기여도를 인정해 정산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기존 기술 지원 프로그램도 유지한다. SK하이닉스는 유망 협력사를 발굴하는 '기술 혁신 기업 선정', 대기업 특허를 공유하는 'IPR Sharing 지원센터', 연구용 핵심 시료인 미세 패턴 웨이퍼 제공 등을 통해 협력사의 기술 자립을 지원한다.
테스트와 검증 단계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안에 공정 실증 환경인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구축한다. 규모는 1000평이다.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이 시설을 협력사에 개방할 계획이다.
트리니티 팹은 협력사가 개발한 부품과 장비를 실제 양산 라인과 유사한 조건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베드다. 협력사는 자체 실증 라인을 구축하지 않고도 제품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어 테스트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분석·측정 지원센터도 운영한다. 협력사가 제품을 정밀 분석하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실제 생산 라인에 협력사 장비와 소재를 투입해 수율을 인증하는 성능평가사업 지원도 이어간다.
양산 단계에서는 자금 유동성과 제조 경쟁력 확보를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가 필요한 협력사에 저금리 자금을 제공한다. 협력사 컨설팅 제도는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한다.
컨설팅 대상은 보안 시스템 구축, 스마트팩토리 전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안전·보건·환경(SHE) 관리 등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 고도화와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협력사에 경영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판매 단계에서는 대금 정산 체계를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2·3차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납품 대금 지원 펀드를 확대 운영한다. 대금 지급 조건을 개선한 우수 협력사를 지원해 공급망 하위 단계까지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금 지급 조건 개선도 이어간다. SK하이닉스는 월 4회 대금을 정산하고, 10일 이내 지급이 가능하도록 협력사 지원 체계를 운영한다. 상생결제시스템도 유지해 협력사 사이의 대금 회수 지연에 따른 연쇄 자금난을 줄인다.
SK하이닉스는 추가 상생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협력사 현장 의견과 시장 환경을 반영해 반도체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후방 생태계의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협력사의 연구개발과 실증, 양산, 판매 과정을 지원해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기초 체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