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호(54) 위메이드 창업자 겸 의장이 보유 지분 39.33%(1335만738주)를 중국계 자본에 9200억원을 받고 매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박 의장은 2024년 위믹스 사태와 장현국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회사가 흔들리던 시기 약 12년 만에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당초 소방수 역할이 기대됐지만, 미르 지식재산권(IP) 분쟁이 마무리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계 자본에 회사를 넘기는 모양새가 됐다. 새로운 최대 주주 체제에서 위메이드의 독립성과 개발 조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게임 업계 전반으로 중국계 자본의 경영권 인수 시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달 30일 박 의장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39.33%(1335만738주)를 네오펄스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거래 단가는 약 6만8910원으로, 공시 당일 위메이드 종가 1만9330원의 3.6배 수준이다. 총 거래 금액은 9200억원에 달한다. 오는 10월 30일 잔금 지급이 마무리되면 네오펄스는 위메이드 지분 40.25%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되고 경영권도 이전된다.
위메이드의 대주주가 되는 네오펄스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투자 플랫폼 기업이다. 법적으로는 한국 법인이지만, 홍콩 소재 투자 운용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 측과 긴밀한 관계를 보유한 천웨이가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위메이드 핵심 자산 '미르 IP'
위메이드는 2000년 박 의장이 창업한 국내 1세대 게임 회사다. 박 의장은 1996년 액토즈소프트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며 '미르의 전설' 개발을 이끌었고, 이후 위메이드를 세워 2001년 '미르의 전설2'를 출시했다. 이후 미르의 전설 시리즈는 국내와 중국에서 흥행하며 위메이드의 핵심 IP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국에서는 미르 IP를 활용한 게임이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 614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1071억원이 미르 IP 라이선스 매출에서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의장이 2024년 경영 일선에 복귀했을 당시만 해도 위메이드의 경영 불확실성을 직접 수습하려는 행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당시 위메이드는 P2E(Play to Earn) 사업의 핵심 자산이던 가상자산 위믹스의 상장폐지와 초과 유통 및 허위 공시 의혹 관련 수사 등으로 회사가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박 의장 복귀 이후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위메이드는 2023년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24년 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106억원으로 늘었다.
◇ 20년 미르 분쟁 끝나자 경영권 매각?
특히 미르 IP 분쟁이 정리된 직후 경영권 매각이 이뤄졌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위메이드는 2004년 중국 샨다게임즈가 공동 저작권자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이후 미르 IP 권리와 수익 배분을 두고 샨다·액토즈 및 다수 중국 게임사를 상대로 20년 넘게 소송을 벌여왔다. 그러나 올해 4월 위메이드는 중국 킹넷과의 로열티 분쟁을 끝낸 데 이어, 6월에는 액토즈소프트 및 중국 셩취 측과의 미르 로열티 분쟁도 종결했다. 로열티 분쟁이 해소되면서 미르 IP의 사업 재확장 기대가 커진 시점에 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 의장과 네오펄스가 지난해부터 경영권 양도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네오펄스는 지난해 박 의장 측 지분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손실 보전·담보 구조에 묶여 있던 상황에서 구주 거래에 등장했다. 당시에는 박 의장 측 재무 부담을 정리하는 '백기사'이자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로 해석됐지만, 이번 지분 전량 매각으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경영권 인수의 사전 작업이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인수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중국 사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는 분위기였다"며 "경영에 복귀한 것이 결국 회사를 넘길 생각으로 돌아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 개발 조직보다 미르 IP?… 中 자본 인수 우려 커져
위메이드 측은 이번 거래가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게임으로의 진화'와 '중국 시장 확장의 가속화'라는 공동 비전을 중심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오펄스가 위메이드의 미래 게임 개발 역량보다 미르 IP의 중국 내 수익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서 장기간 흥행한 IP인 만큼, 중국 내 라이선스 확대와 신작 공동 개발, 현지 퍼블리싱 협력 등을 통해 추가 수익화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시 당일 주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도 미르 IP와 중국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IP 가치와 별개로 위메이드의 독립성과 국내 개발 조직 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위메이드 국내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453명으로, 새 최대 주주 체제에서 기존 조직이 얼마나 유지될지 관건이다. 특히 직원 상당수가 공시 당일까지 지분 매각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부 동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중국 회사에 인수된 액토즈소프트는 게임 회사로서의 존재감이 많이 약화됐다"며 "인수 기업에 필요한 것은 수익이 되는 '미르 IP'일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 개발자 조직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국내 게임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텐센트 등 중국 자본이 넷마블, 크래프톤 같은 국내 주요 게임사에 지분 투자를 한 사례는 있었지만, 창업주 지분 전량 확보를 통한 경영권 이전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소형 게임사나 중국 시장성이 큰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이 향후 중국 자본의 추가 인수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