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 시장에서 실물 디스크 퇴출이 빨라지고 있다. 소니가 오는 2028년부터 신작 플레이스테이션(PS)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락스타게임즈도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 6(GTA6)' 패키지판에 디스크 대신 다운로드 코드를 넣기로 했다. 디스크 제작 및 유통 부담을 줄이고, 중고 거래 수요를 신제품 구매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실물 게임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망과 중고 거래 시장을 위축시키고 소비자의 소장 문화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반발도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8년 1월부터 PS 콘솔용으로 출시되는 모든 신규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출시되는 신작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와 소매 채널을 통해 디지털 형태로만 판매된다. 2028년 이전에 출시됐거나 이미 디스크 출시가 확정된 타이틀만 기존 실물 패키지 방식을 유지한다.
SIE는 "게임을 구매하고 즐기는 방식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니 플랫폼 내에서 실물 패키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소니의 지난해 3분기 실적 기준 실물 패키지 판매 비율은 24%였으나, 4분기에는 1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디지털 다운로드 비율은 85%까지 높아졌다.
◇ 게임사·플랫폼사의 셈법… 유통 효율화에 신제품 구매 유도
기업 입장에서는 실물 패키지 판매 방식을 디지털 다운로드로 전환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은 일반적으로 이용자에게 다운로드 코드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이 경우 디스크 제조·물류 배송에 드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중고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반기는 요인이다. 실물 디스크는 구매자가 타인에게 재판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지만, 다운로드 코드는 대부분 계정에 귀속된다. 이 때문에 중고 유통 수요를 신제품 구매로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게임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점도 탈디스크를 앞당기고 있다. 현재 콘솔 게임에 쓰이는 블루레이 디스크는 대용량 제품도 저장 한계가 100기가바이트(GB) 안팎이다. 반면 대다수 최신 대형 신작은 설치 용량이 100GB를 훌쩍 넘어선다. 이 경우 디스크를 여러 장으로 나눠 제작해야 하거나 설치 과정에서 추가 디지털 다운로드가 필수적이어서 실물 디스크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오는 11월 출시 예정인 GTA6는 패키지판에서도 디지털 다운로드 코드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고됐다. 이번 신작의 설치 용량은 최소 150GB에서 최대 680GB 수준까지 거론된다. GTA 시리즈에서 디스크가 제외된 패키지가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오프라인 시장 붕괴에 소장가치 훼손"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오프라인 소매 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디지털 코드 방식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보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직접 결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크 중고 거래는 중소 게임 매장의 핵심 수익원이었는데, 실물 패키지 판매가 사라지면 유통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의 비디오 게임즈 플러스와 루트 박스 게이밍 등 일부 소매업체는 디스크가 포함되지 않은 GTA6 패키지에 대해 불매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디스크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은 실물 패키지로 보기 어렵다며, 향후 락스타게임즈가 디스크 포함 버전을 출시할 경우에만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실물 디스크가 사라지면 중고 판매나 가족·지인 간 공유가 원천 차단되며, '게임을 소유한다'는 소장 가치도 크게 훼손된다고 비판한다. 또 미국 등 일부 국가는 데이터 종량제를 적용하고 있어, 대용량 게임을 내려받는 과정에서 추가 통신비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게임사는 디스크 판매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데이터는 디지털 다운로드에 의존하는 고육책을 쓰다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출시된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PS5 실물 디스크에는 단 85메가바이트(MB)의 라이선스 데이터만 담겼고, 나머지 85GB의 실제 게임 파일은 모두 다운로드받아야 했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실제 데이터가 없는 디스크는 껍데기뿐인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용자와 유통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만큼, 탈디스크 전환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실물 패키지 제작과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싶겠지만, 여전히 실물 소장을 원하는 확고한 소비자층이 존재한다"며 "소비자 반발과 소매업계의 거부 움직임이 향후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전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