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저가형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낸 회사가 있습니다. 인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4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파이어볼트(Fire-Boltt)입니다. 파이어볼트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2023년 3분기 삼성을 제치고 2위에 올랐던 브랜드입니다.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으로 저가형 스마트폰 회사들이 백기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목되는 행보입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브랜드 파이어볼트가 새로운 하위 브랜드 '볼트(boltt)'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에서 생산될 볼트 브랜드의 스마트폰은 플립카트(Flipkart)와 전자상거래 협력을 맺는 것은 물론 다양한 소매 채널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될 예정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볼트의 신제품은 저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4G(4세대 이동통신) 및 5G(5세대 이동통신) 기기를 에보(Evo) 시리즈와 에이스(Ace) 시리즈 두 가지 라인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제품 사양, 가격,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격은 1만루피~1만5000루피(약 16만5000원~24만7000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제품은 8월 초 공개될 예정입니다.
파이어볼트 창업자인 아나브 키쇼어는 2015년 남매인 아유시 키쇼어와 함께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처음 선보인 제품은 스마트밴드였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인도에서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고 있던 상황이라 웨어러블 기기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키쇼어 창업자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의 스마트워치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당시 제품 가격은 2999루피(약 4만8000원)부터 시작했습니다. 2021년에는 1699루피(약 2만7000원)로 시작하는 닌자 시리즈 스마트워치를 선보이면서 점유율을 확대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파이어볼트는 2023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점유율 10%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인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이어볼트는 북미·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이후 인도 시장 성장 둔화, 초저가 경쟁 심화, 중국 업체들의 재부상, 프리미엄 제품 및 생태계 부족으로 순위권에서 밀려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에서의 입지도 2024년부터 밀리기 시작해 지난해 기준 3위에 머물렀습니다. 인도 스마트워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단순히 싼 제품보다 건강 기능, 품질, 배터리,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죠.
파이어볼트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적 확장을 선택한 것은 스마트 웨어러블 시장에서 확보한 사용자의 연결성을 높여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파이어볼트는 스마트폰이 웨어러블, 스마트폰, 인공지능(AI) 기반 기기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적 사업 분야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파이어볼트가 웨어러블과 스마트폰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제2의 샤오미'를 꿈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아나브 키쇼어 창업자는 "수년간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파이어볼트를 일상생활에 받아들였고, 인도 최대 소비자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볼트'는 이러한 여정의 다음 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은 오늘날 사람들이 소통하고, 창조하고, 배우고, 열망하는 방식의 중심에 있으며, 인도 소비자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토종 브랜드에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파이어볼트는 스마트폰 출시 후 4~5개월 내에 50만~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중국 비보(23%)가 선두 주자입니다. 그 뒤를 삼성(17%), 오포(17%), 샤오미(12%), 리얼미(9%)가 추격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0달러 이하 저가 스마트폰에서 메모리는 전체 원가(BOM)의 약 43%를 차지합니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 저가폰 제조사는 이를 흡수할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메모리 가격 급등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이어볼트가 '가성비 신화'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