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검열 도구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 시행을 철회하라"는 국회 청원 참여자가 14만 명을 넘어섰다.
1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권을 잡은 세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 게시글을 광범위하게 심의∙제재하는 국가 검열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철회하라는 청원에 총 14만2248명이 동의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작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1월 공포돼 오는 7월 7일 시행된다.
이 법은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에 '허위·조작 정보 신고'가 접수되면, 플랫폼이 자율 규제 정책에 따라 삭제 등 조치를 취하고 결과를 보고서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한다. 네이버, 유튜브 등 플랫폼은 물론,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메신저도 1대 1 대화가 아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오픈채팅 형태라면 적용 대상이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 수 있다.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해 수익을 얻는 게시자 중 구독자가 10만명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 게시물의 월평균 조회 수가 10만회를 넘는 경우 가중 손해배상(최대 5배) 책임을 진다. 또 법원 판결로 허위·조작 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하면, 민사 제재와 별개로 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다.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모호해 자의적 판단과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법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허위 정보),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조작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데, 기준이 주관적이라 사업자가 개별 사건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처벌 위험을 안게 된 플랫폼이 과잉 검열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공익적 문제 제기도 위축된다는 비판이 크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지난달 29일 제20차 전체 회의를 통해 이 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최수영 방미통위 위원은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플랫폼 등) 사업자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게시글을 삭제하는 과잉 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이용자들도 정당한 게시물을 악의적으로 신고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플랫폼 사업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글에 대해 당사자의 요청이 있다면 임시 조치(게시 중단)를 했지만, 이번 법은 신고 대상이 되는 정보를 대폭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신고도 당사자 외 '누구든' 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했다. 신고가 대량으로 발생하면 플랫폼은 이에 대한 판단과 조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을 두고 여권은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이라고 부르지만, 야권은 '온라인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다)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 유튜브, 인터넷 전반에 걸쳐 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표현의 자유 억압을 초래하게 될 악법"이라고 지적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정부가 무엇이 사실인지를 결정하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를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 스스로 걸러내는 '검열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