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불거진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고객사의 가격 인하 압박을 지목했다. 일부 대형 고객사가 과거 메모리 가격 하락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업계의 생산설비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는 주장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30일(현지시각) CNBC '매드머니(Mad Money)'에 출연해 최근 메모리 수급 불균형을 두고 "일부 고객들이 업계 가격을 지나치게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메모리 업황 악화를 투자 위축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들었다. 메흐로트라 CEO는 "2023년 메모리 가격은 이전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기업들이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생산 능력에 투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마이크론도 당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마이크론의 2023회계연도 매출총이익률은 -7.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CAPEX)는 77억달러로, 전년 121억달러보다 줄었다. 메흐로트라 CEO는 "업계의 투자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메모리 수요는 AI 서버 확산과 함께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D램과 낸드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메흐로트라 CEO는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차세대 메모리 제조 공정도 훨씬 복잡해졌다"며 메모리 공급난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이크론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미국 내 제조시설과 연구개발(R&D)에 약 20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회사는 아이다호주 보이시와 뉴욕주 시러큐스에 신규 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소비자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CNBC는 애플이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일부 맥(Mac)과 아이패드(iPad) 모델 가격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서버용 메모리뿐 아니라 소비자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가격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발언은 메모리 가격 상승의 책임을 두고 공급업체와 고객사 간 시각차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메흐로트라 CEO는 공급 부족의 원인을 단순히 메모리 업체의 생산 부족으로 볼 수 없으며, 과거 가격 협상 과정에서 누적된 투자 위축도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