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고도화는 더 이상 그래픽처리장치(GPU)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습니다. AI 에이전트(비서)가 등장하면서 중앙처리장치(CPU)·네트워크·소프트웨어 관련 반도체 전반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죠. 피지컬 AI의 부상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AMD는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은 환경까지 포함해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재형 AMD코리아 커머셜 세일즈 대표는 1일 서울 영등포구 AMD AECG 서울 사무실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AI 솔루션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생성형 AI 시장의 중심은 기존 학습에서 추론, 다시 에이전틱·피지컬 AI로 확산하고 있다"며 "AMD는 이런 변화가 CPU·GPU·네트워크·엣지 반도체를 함께 묶는 '풀스택'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이 대표와 김혁 AMD 적응형·임베디드 컴퓨팅 그룹(AECG) 아시아태평양(APAC) 테크 리드(상무)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 대표와 김 상무는 AI 반도체 경쟁을 더 이상 GPU 하나의 성능 경쟁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봤다. AI 인프라 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AMD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AMD의 올 1분기 매출은 102억5300만달러(약 1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58억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클라이언트·게이밍 부문도 이 기간 23% 증가한 36억달러를 기록했고, 임베디드 부문도 8억7300만달러로 6% 상승했다. 특히 클라이언트 매출은 라이젠 프로세서 수요에 힘입어 26% 증가했고, 게이밍 매출도 라데온 GPU 수요로 11% 늘었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PC, 그래픽, 산업용·엣지 반도체 매출이 함께 증가한 것이다.
◇ "경쟁사 제품도 넣을 수 있어야"… AMD, 개방형 AI로 시장 공략
이 대표는 AMD AI 전략의 핵심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꼽았다. 엔비디아가 GPU와 쿠다(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중심으로 폐쇄적 풀스택 전략을 구축했다면, AMD는 고객이 필요에 따라 CPU·GPU·네트워크 장비를 조합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AMD가 강점을 지닌 CPU 분야에서도 고객사가 원한다면 경쟁사 제품을 사용한 AI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며 "GPU 역시 고객사가 원한다면 엔비디아 제품을 넣어도 AI 랙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AMD가 추구하는 개방형 생태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사도 들어올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AI 발전에 더 도움이 되고, 실제 고객 유입도 더 클 것으로 본다"고 했다.
AMD는 개방형 생태계와 함께 ▲리더십 컴퓨트 엔진 ▲풀스택 솔루션을 AI 전략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다. 에픽 CPU, 인스팅트 GPU, 펜산도(Pensando) 네트워킹 제품, 버설(Versal) 적응형 시스템온칩(SoC), 라이젠·라데온 등 폭넓은 AI 제품군으로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GPU 하나하나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1000개를 묶었을 때 1000개만큼의 성능이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다"며 "최대한 1000배에 가까운 성능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것이 네트워크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은 여러 GPU를 묶어 처리한다. 이때 GPU 사이의 데이터 이동 속도와 지연시간이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인스팅트 MI350 시리즈, 로컴(ROCm) 7, 차세대 AI 랙 '헬리오스(Helios)' 등 자사 AI 솔루션을 사용하면 GPU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 "에이전트가 직원처럼 컴퓨팅 자원 쓴다"… 다시 커지는 CPU 역할
이 대표는 에이전틱 AI가 CPU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에이전틱 AI는 하나의 대형언어모델(LLM)이 답만 생성하는 구조가 아니다. 데이터베이스, 웹서비스, 캐시, 미들웨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 여러 시스템을 불러와 작업을 나눠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G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을 맡지만, 작업을 배분하고 데이터를 준비하며 시스템을 운영하는 역할은 CPU 의존도가 높다.
이 대표는 "에이전트 AI 가동을 위한 데이터 전처리·후처리 과정은 CPU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며 "직원 한 명이 5~20개의 AI 에이전트를 마치 직원처럼 두고 한 팀을 이끄는 구조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향후 CPU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AMD CPU는 이런 시장 변화에 적합한 부품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올해 1분기 x86 서버 CPU 매출 점유율은 4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33.2%였다. AMD가 전체 서버 CPU 출하량에서는 인텔보다 낮지만, 고가·고코어 제품 중심으로 매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 "좌회전 판단 2초 늦으면 안 돼"… 로봇·車로 번지는 엣지 AI
김혁 상무는 AMD의 엣지 AI 솔루션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클라우드 AI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모델을 학습·추론하는 구조라면, 엣지 AI는 자동차·로봇·공장 장비처럼 현장에서 바로 판단해야 하는 기기에 들어간다"며 엣지 AI의 핵심 조건으로 '실시간 반응'과 '전력 효율'을 꼽았다.
김 상무는 "엣지 AI 솔루션은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기에서 작동하는 반도체"라며 "좌회전을 해야 할지, 우회전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답변이 2초 뒤에 나오면 이미 상황이 지나가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로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반응이 늦으면 제품으로 가치가 없다"며 "엣지 AI에서 성능만큼이나 반응 시간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김 상무는 피지컬 AI, 특히 로봇을 자동차와 비슷한 구조로 봤다. 로봇은 카메라·라이다·촉각 센서 등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받아 물체의 위치와 상태를 판단하고, 다시 모터와 액추에이터를 움직여야 한다. 김 상무는 "카메라 영상을 받아 인식하고, 액추에이터를 동작시켜 어디까지 가서 잡을지, 잡았는지 아닌지를 다시 촉각 센서로 판단해야 한다"며 "여러 센서로 도로 상황을 인식해 판단하는 자율주행차와 유사한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CPU·GPU·신경망처리장치(NPU)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GPU는 대규모 AI 모델이나 비전언어모델(VLM)처럼 연산량이 큰 작업에 적합하고, NPU는 카메라에서 계속 들어오는 비전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처리하는 데 유리하다. CPU는 센서에서 들어온 원본 데이터를 AI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전처리와, AI가 내놓은 결과를 실제 동작으로 연결하는 후처리를 맡는다.
김 상무는 "전처리·후처리에 필수적인 CPU·FPGA 분야는 AMD가 강점을 지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FPGA는 회로 구조를 바꿔 특정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로, 카메라 해상도나 센서 구성이 바뀌는 산업용 장비에서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