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사이버보안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한국형 인큐텔'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전이 국가 안보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며, 미국처럼 유망 보안·AI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국내 보안업계 현실은 초라합니다. 미국이 사이버보안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사이, 한국은 공공·내수 중심 구조로 시장 성장이 더딘 상황입니다.
◇ '한국형 인큐텔' 출범… 보안펀드 1조원 조성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 기업 육성 전략 회의'에서 "정부는 AI, 드론, 사이버 안보, 우주항공 등 첨단 독점 기술을 보유한 신안보 혁신 기업을 육성하겠다"며 "기업 가치가 480조원에 이르는 미국 팔란티어나 26조원에 이르는 독일 헬싱과 경쟁할 수 있는 혁신 기업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간 기업이 안보 산업 생태계로 진입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국가 주도로 이런 한계를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국형 인큐텔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큐텔은 미국 CIA가 설립한 비영리 벤처캐피털로 기업의 첨단 기술을 직접 발굴해 미 정보기관과 국방부가 실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인큐텔의 대표 투자 사례가 사이버보안 AI 업체인 팔란티어입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까지 방위사업청과 250억원씩을 출자해 500억원을 조성하고, 2030년까지 1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 팔란티어는 인큐텔의 초기 투자를 발판 삼아 성장한 뒤 2020년 상장했습니다. 이후 AI 열풍에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며 상장 5년 만에 시가총액 415조원을 넘는 글로벌 AI 사이버보안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반면 국내 보안산업의 현실은 초라합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보안 기업인 안랩의 시가총액은 약 5900억원으로, 팔란티어와 비교하면 기업 가치 격차가 700배에 달합니다. 안랩을 제외한 대다수 국내 상장 보안사의 시가총액은 1000억원 안팎에 머뭅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보안 기업 중 연결기준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곳은 ▲안랩 2677억원 ▲시큐아이 1650억원 ▲이글루코퍼레이션 1432억원 정도입니다.
◇ "경쟁력 있는 기업에 전략적 투자 중요… 해외 진출 발판도"
업계에서는 보안산업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 없이는 성장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이번에 정부가 안보 기술 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합니다. 그동안 국내 보안 산업은 공공·내수 중심 구조와 제한적인 시장 규모로 성장에 한계를 겪어왔습니다. 성장이 어려우니 민간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도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해외 진출 역시 쉽지 않아 업계 발전이 더뎠던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투자 대상과 지원 방식을 보다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사이버보안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미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해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AI가 보안의 핵심 기술이자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AI와 연계된 보안 기술을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단순 정책자금 공급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염 교수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해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팔란티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과 공급망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우리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