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기업 로켓랩(Rocket Lab)이 위성통신업체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즈(Iridium Communications)를 약 80억달러(약 12조3500억원)에 인수한다. 소형 로켓 발사·위성 제작에 강점을 가진 로켓랩은 이번 인수를 통해 통합 우주 서비스 기업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려 한다.
로켓랩은 29일(현지시각) 이리듐의 모든 보통주를 주당 54달러의 현금·주식 거래로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리듐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현금 27달러와 교환 비율에 따라 산정되는 로켓랩 보통주를 받는다. 이번 거래에서 이리듐의 기업가치는 약 80억달러로 평가됐다.
로켓랩은 이번 인수로 발사체와 위성 제조, 주파수, 궤도상 통신 서비스를 아우르는 수직통합 우주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리듐의 글로벌 위성 통신망과 L밴드 주파수, 500개 이상 파트너 생태계를 결합해 자체 위성군을 설계·제작·발사·운영하는 구조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리듐은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기반으로 음성·데이터 통신과 위치·항법·시각(PN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항공, 해운, 정부, 국방, 비상 대응, 산업 현장 등 지상 통신망이 닿기 어려운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전 세계 가입자는 255만명 이상이다. 2025년 매출은 8억7170만달러, 조정 상각전영업이익(OEBITDA) 4억9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거래가 로켓랩이 발사 서비스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위성 네트워크와 통신 서비스를 함께 보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사체와 위성 통신 인프라를 함께 보유한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모델에 가까워지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로켓랩 창업자인 피터 벡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는 우주 산업의 결정적 순간이자 로켓랩과 이리듐에 전략적 성장의 새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이리듐의 인프라와 주파수, 로켓랩의 발사·제조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우주 기반 응용 서비스를 개척하겠다고 했다.
인수는 로켓랩이 직접기기연결(D2D) 위성통신 시장에 진입하는 발판도 될 전망이다. D2D는 스마트폰 등 일반 기기가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 글로벌스타 등도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거래는 양사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완료 시점은 2027년 중반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리듐 주주 승인과 규제당국 승인 등 통상적인 종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로켓랩은 인수 대금 중 현금 부분을 조달하기 위해 도이체방크와 웰스파고로부터 36억달러 규모의 364일 선순위 담보 브리지론 약정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보유 현금과 추가 부채·주식 조달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