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서남권을 새 생산 거점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서남권 반도체·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발표 이후 뉴스룸에 게시글을 올리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을 구체화했다.
SK하이닉스는 서남권에 4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 회사는 AI 산업이 학습 중심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가 확산되는 국면에 들어서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용인 이후의 새 클러스터를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곽 사장은 "AI 산업은 학습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가 본격 확산되는 시대로 진입했다"며 "향후 미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전제하에, 용인 클러스터로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기 어려워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AI 시대에서 메모리의 역할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AI 시대에서 메모리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AI 성능 자체를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밝혔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커질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공급 능력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서남권을 후보지로 제시한 배경에는 부지와 인프라 조건이 있다. 곽 사장은 "대규모 부지에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이 가능한 입지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생산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서남권을 '포스트 용인' 생산 거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이천·청주와 용인 클러스터에 이어 서남권까지 생산 기반을 넓혀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구조다. 다만 구체적인 부지와 투자 일정은 전력·용수·교통 등 인프라 여건과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차원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SK는 반도체 생산 기지와 함께 AI 컴퓨팅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우선 5GW 규모를 시작으로 전국에 15GW 수준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서남권에는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곽 사장은 "서남권에는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반도체 생산과 AI 컴퓨팅이 시너지를 내는 AI 산업 생태계를 이곳에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과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배치해 메모리 공급과 AI 컴퓨팅 수요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로, 로봇·피지컬 AI·헬스케어·교육 등 다양한 산업의 기반 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곽 사장은 국가와 기업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반도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경쟁력은 수십 년에 걸친 국가와 기업의 협력, 온 국민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토대 위에서 글로벌 AI 인프라의 다음 단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대한민국 AI 반도체의 새로운 도약, 이곳 서남권에서 SK가 시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