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2026년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2.0'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860억달러(약 133조1800억원)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가 첨단 공정 웨이퍼 출하와 패키징 가동률을 함께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0일 파운드리 시장 공급 트래커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파운드리 2.0은 순수 파운드리뿐 아니라 비메모리 종합반도체기업(IDM), 외주반도체조립·테스트(OSAT) 기업, 포토마스크 공급업체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분야별로는 순수 파운드리가 전체 시장의 57%를 차지했다. 비메모리 IDM은 29%, OSAT는 13%, 포토마스크와 기타 부문은 1%로 집계됐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순수 파운드리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고, OSAT와 비메모리 IDM은 각각 21%, 12% 늘었다.
TSMC가 전체 파운드리 2.0 시장에서 38%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4%로 집계됐다. SMIC는 3%, UMC는 2%를 기록했다. 비메모리 IDM 부문에서는 인텔 파운드리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각각 6%를 차지했고, 인피니언은 5%를 나타냈다.
TSMC는 AI 반도체 업황 회복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회사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AI GPU, AI ASIC, 첨단 패키징 수요가 첨단 공정의 높은 가동률을 뒷받침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이 흐름이 이어지면 TSMC의 올해 매출 성장률이 약 3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윌리엄 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이클에서 주목할 점은 AI 수요의 강도뿐만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TSMC의 운영 전략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며 "여러 생산 라인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생산 능력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성장도 이어졌다. SMIC 매출은 2026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 넥스칩은 19% 증가했다. 중국 내 반도체 국산화 수요와 웨이퍼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성숙 공정 중심의 UMC와 뱅가드도 매출을 늘렸다. 두 회사의 1분기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14% 증가했다.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 회복과 전력관리반도체(PMIC) 시장 강세가 배경으로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는 TSMC가 첨단 공정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이 업체들이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I 반도체 수요는 후공정 영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OSAT 부문은 2026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ASE 매출은 18% 늘었고, 앰코는 첨단 패키징 라인의 높은 가동률에 힘입어 25% 증가했다. Tongfu는 AMD의 AI 패키징 확대 영향으로 매출이 29% 늘었으며, KYEC는 AI 테스트 리드타임 장기화 속에 45% 성장했다.
브래디 왕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첨단 패키징은 AI 확산 과정에서 핵심 공급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OSAT 업체들은 견조한 2026년 1분기 실적과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요 기반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는 공급처 다변화 흐름이 인텔 파운드리와 삼성 파운드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AI 수요 확대로 첨단 공정과 패키징 생산 능력 부족이 커지면서 주요 고객사가 단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첨단 패키징 기술 도입과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 차세대 M 시리즈 칩의 인텔 18A-P 공정 수주 가능성을 인텔 파운드리의 경쟁력 강화 요인으로 제시했다. 삼성 파운드리 역시 AI 반도체 고객사의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신규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됐다.
카운터포인트는 기존 파운드리 1.0이 칩 제조 중심 개념인 반면, 파운드리 2.0은 설계와 제조, 패키징, 테스트가 연결되는 통합형 생태계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AI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공정 미세화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 공급 능력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