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도 다음 달 6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본인 확인을 위해 '안면 인증' 체계를 정식 도입한다. 대포폰이나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체 정보 제공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명의 휴대폰 개통은 안면 인증 도입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안면 정보를 본인 인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지적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완료되는 오는 10월까지 안면 인증 도입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거나 번호를 옮길 때 안면 인증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휴대전화 부정 사용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최우혁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실장은 "7월 6일부터 전 채널에 대해 안면 인증이 하나의 선택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안면 인증에 대한 반발이 많은데 왜 대체 수단까지 허용하면서 제도를 강행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본인 확인) 인증 수단이 있겠지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이 안면 인증으로, 이를 통해 대포폰을 포함한 부정 개통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개보위·국가인권위원회, 법적 근거 마련 권고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 안면 인증 제도를 시범 도입한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청원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수만 명이 동의했다. 이후 정부 감독 기관들도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안면 정보가 개인정보보다 엄격히 관리되는 민감 정보임에도 법적 근거와 개인정보 보호 방안, 이용자 선택권 보장, 제도 운영 방안 검토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3월 13일 안면 인증 의무화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안전성 정보 공개, 법적 근거 마련,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대체 인증 수단 마련 등을 권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개보위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선택권 보장 개선 권고를 반영해 대체 수단은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고 했다. 기존 휴대폰 보유자는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모바일 신분증 앱 인증을, 기존에 휴대폰이 없는 이용자는 당일 발급한 주민등록 초본을 대체 수단으로 제공한다. 단계적 시행 기간에는 안면 인증을 선택해 최소 1차례(3회) 시도하면,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수단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경우 처리 과정을 기록(로그)하는 일정 조건하에 개통을 허용하기로 했다. 본인 확인 체계는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오는 8월에는 OTP·계좌 인증 등 다중 인증 고도화 방안을 검토하고, 9월에는 행안부 등과 협의해 주민등록 초본의 위·변조 여부를 본인 확인 절차에 자동 연동한다. 11월부터는 이용자가 직접 신청해야 했던 가입 제한 서비스를 계약 시 기본으로 제공한다. 다만, 동일 통신사 내 단순 기기 변경의 경우 이용자가 이미 한 차례 인증을 실시한 점을 고려해 안면 인증은 신규 개통과 번호 이동에 우선 적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해킹 취약점 등 보안성도 점검했다. 얼굴 정보 유출과 관련된 취약점을 발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국민들의 우려는 물론 개보위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은 아직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 명의 휴대폰 개통은 이번 안면 인증 도입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외국인 명의 휴대전화와 대포폰을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대포폰 근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민의 불안감과 개보위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외국인 명의 개통이 제외돼 제도적 실효성에 한계가 있어 고위험 분야부터 시범 적용해 부작용을 선검증하는 것이 졸속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과기정통부 "생체 정보 저장 없다"… 시민단체 "국민 반응 수용이 타당"
과기정통부는 안면 인증 시 생체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최우혁 실장은 "안면 인증을 하더라도 약 0.04초 일시적인 저장 상태가 있지만, 그마저도 암호화가 돼 생체 정보에 대한 저장이 없다"고 했다.
방효창 디지털주권회복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과기정통부가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해당 정보를 인위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의 해킹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해킹 사고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것 같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개보위와 인권위가 지적한 사안만 고치고 법적 기반만 마련해 시행을 밀어붙이기보다 근본적으로 국민 반응을 수용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휴대전화 개통에 따른 안면 인식 의무화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2019년 12월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 인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당시 중국 관영 CCTV는 상당수 앱이 동의 없이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거래하는 부작용을 경고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개통 시 안면 인증을 도입한 해외 사례에 대해 과기정통부 측은 "베트남과 중동 등에서 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한국이 IT 강국으로서 스마트폰으로 뱅킹이나 인증이 쉽게 이뤄지는 것만큼 관련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