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청주·서남권을 아우르는 총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추진한다. 기존 생산 거점 증설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생산기지를 조성해 AI 시대 메모리 공급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투자를 발표하자 광주KTX송정역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뉴스1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 청주 생산기지에 100조원, 서남권 신규 클러스터에 400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일정이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45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용인 클러스터 건설 일정을 앞당겨 2033년까지 네 번째 팹(Fab) 건설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생산설비와 장비 투자는 시장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청주는 AI 메모리 생산 거점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낸드플래시 신규 팹 건설과 생산 장비 도입,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을 위한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낸드와 HBM, 패키징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새롭게 추진되는 서남권 클러스터는 중장기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생산 거점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과 청주만으로는 향후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서남권에 메모리 전공정 중심의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부지 확보와 팹 건설, 생산설비 도입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다만 구체적인 입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는 대규모 부지 확보 가능성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교통 및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거쳐 최종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 계획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가 있다. 특히 HBM은 일반 D램보다 더 많은 웨이퍼 생산 능력과 후공정 역량이 필요하다. TSV(실리콘관통전극) 기반 적층 구조로 인해 다이 크기가 커지고 여러 개의 칩을 쌓는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생산 공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투자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넓은 클린룸과 많은 생산설비가 필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계획이 단기간 내 집행되는 일괄 투자 계획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과 수요 가시성에 맞춰 장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재원 역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천은 앞으로도 본사와 연구개발(R&D), 첨단 공정 중심 거점 역할을 유지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투자가 기존 생산기지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기반 확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