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주요 제품군의 가격을 일괄 인상하며, 메모리(RAM) 업그레이드 비용을 종전의 두 배로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기 가격 상승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시장 가격 대비 과도한 수준으로 메모리값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가격 인상에서 맥북 프로의 메모리를 48기가바이트(GB)에서 64GB로 16GB 상향할 때 받는 가격을 기존 200달러(약 31만원)에서 400달러(약 62만원)로 인상했다. 48GB에서 128GB로 80GB 상향할 때 가격은 기존 1000달러(약 154만원)에서 2000달러(약 309만원)로 올렸다.

/연합뉴스

맥북 프로의 시작 가격을 1699달러(약 262만원)에서 1999달러(약 309만원)로 300달러(약 46만원) 인상한 데 더해, 메모리 상향을 옵션으로 선택할 때 받는 가격을 두 배로 올린 것이다. 기본 가격은 18% 올랐지만 옵션 가격이 100% 올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 폭은 크다.

한국에서도 맥북 프로의 메모리를 16GB에서 32GB로 16GB 상향하려면 68만원을 내야 한다.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으로 PC와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IT매체 디지털트렌즈는 "가격 상승 압박은 분명 존재하지만,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싸졌다"고 지적했다.

IT매체 노트북체크(Notebookcheck)도 "16GB 메모리의 시장 가격은 185달러(약 29만원)인데, 애플은 400달러를 책정해 시장 가격보다 약 두 배나 비싸다"면서 "애플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기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원가 충당을 위해 가격 인상이 반드시 필요했다기보다 마진 보호를 위해 가격을 인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제조사 프레임워크는 자사의 최고급 노트북 '랩톱16'의 메모리를 16GB에서 32GB로 16GB 상향할 때 170달러(약 26만원)를 추가로 받는다. 16GB에서 96GB로 80GB로 상향할 때는 1175달러(약 182만원)를 받는다. 애플의 반값이다.

노트북체크는 아울러 소비자가 애플 기기의 저장 용량을 상향하는 데도 과도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맥북 프로에 기본 1테라바이트(TB) SSD를 탑재하고 소비자가 용량을 1TB 추가할 때 500달러를 더 받는데, 1TB SSD의 시장 가격은 169달러에 그친다는 것이다. 애플의 메모리는 분리형 부품의 형태로 장착되지 않고 통합 메모리로 구성되고, 저장 장치도 메인보드에 통합돼 제조 공정에 추가되는 비용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것이 외신의 시각이다.

/나인투파이브맥 캡처

애플이 가격 인상을 '메모리 가격 인상 탓'으로 돌리자, 마이크론은 '공급난을 부른 게 바로 애플'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애플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침체기에 일부 고객사가 바닥 수준의 가격을 요구했고, 그 결과 설비 투자가 위축됐다"며 "그런 방식은 건설적이지 않았다"며 사실상 애플을 비판했다. 애플의 과도한 가격 압박과 투자 위축이 누적된 결과 메모리 가격이 인상됐다는 취지다.

애플의 하드웨어 부문 마진율은 2026회계연도 2분기(2026년 1~3월) 기준 38.7%로, 작년 같은 기간의 35.9%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