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지난 26일 장중 3만2250원까지 밀렸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카카오 주가만 정반대 흐름을 보인 셈입니다.
시장이 실망한 것은 현재 실적이 아니라 미래 성장성입니다. 비용 효율화와 계열사 정리로 이익은 개선됐지만,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이용자 접점을 다시 매출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경영진은 인공지능(AI) 전환과 카카오톡 개편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노조는 성과급 등 보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카카오 내부의 에너지가 '다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보다 '거둔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쏠린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영진도, 노조도 미래 성장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 최대 실적에도 사라진 성장 프리미엄
2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날 '로그아웃데이'를 진행했습니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사 조합원들이 연차나 오프를 사용해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10일 창사 이래 첫 파업에 이어 추가 단체행동까지 이어지면서 노사 갈등도 주가 부진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카카오의 실적 자체는 좋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치입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1조9421억원으로 전년보다 11%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211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비용 효율화와 계열사 정리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은 분명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익의 질'을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이익 개선이 본업의 구조적 성장보다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허리띠를 졸라매 이익률을 높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것만으로 성장주 프리미엄을 다시 받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비용을 덜 쓰는 회사가 아니라 다시 더 많이 벌 수 있는 회사라는 확신입니다.
한때 카카오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성장주였습니다. 2021년 6월에는 시가총액이 70조원을 넘기며 코스피 시가총액 3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가총액은 14조원대까지 줄었고, 시가총액 순위도 50위권 밖으로 밀렸습니다. 카카오가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다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인지에 대한 확신이 약해진 결과입니다.
◇ "AI·카톡 개편, 실적 숫자로 증명해야 할 때"
과거 카카오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카카오톡에서 출발했습니다. 국민 메신저라는 압도적인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용자수 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플랫폼 지배력을 실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카카오가 제시한 해법은 AI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기능을 확대하고, 자체 AI 모델과 외부 빅테크 협업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혀왔습니다. 카카오톡에 AI가 결합되면 광고 효율을 높이고, 커머스 전환율을 끌어올리며, 콘텐츠와 로컬 서비스 이용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AI와 카카오톡 개편은 카카오가 다시 성장주로 평가받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략의 방향성만 있을 뿐,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경로가 충분히 보이지 않습니다. 경영진이 미래 성장을 말하면서도 시장이 납득할 만한 수익화 지표를 내놓지 못한다면, 투자자는 카카오를 더 이상 성장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IT업계 관계자는 "AI 기능이 실제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지, 광고 단가와 클릭률을 높이는지, 커머스 거래액 증가로 이어지는지 확인돼야 한다"며 "발표와 협업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영진이 수익화 지표를 내놓지 못한다면, 투자자는 카카오를 더 이상 성장주로 평가하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 노사 갈등이 키운 실행력 의구심
노조의 움직임도 시장에는 부담입니다. 성과급과 보상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가 곧바로 실적을 흔드는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가 이익을 냈다면 구성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지금의 카카오에는 더 절박한 질문이 있습니다. 비용 절감으로 만든 이익을 넘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인지 증명해야 한다는 질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미래 성장 전략보다 성과급과 보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전환기 실행력 리스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진은 성장의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고, 노조는 분배 문제를 앞세우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시장의 평가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카카오의 역설은 분명합니다. 회사는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시장은 아직 카카오의 다음 성장 공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 AI 전환이 실제 이용자 경험 개선과 수익성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동시에 노사 갈등을 관리하며 조직의 실행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금 잘 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앞으로 무엇으로 더 벌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지가 카카오 주가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