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시높시스(Synopsys)가 인공지능(AI) 시대 제품 개발 전략으로 '실리콘 투 시스템'(Silicon-to-Systems) 비전을 제시했다. 반도체 설계 단계의 결정이 자동차, 의료기기, 산업 장비 등 최종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까지 좌우하는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시높시스는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앤시스(Ansys)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IP), 전자설계자동화(EDA), 다중물리 시뮬레이션,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연결하는 설계 접근법을 강화한다고 29일 밝혔다.
AI가 물리적 제품으로 확산되면서 제품 개발 방식도 바뀌고 있다. 자동차는 기계적 구조물에서 컴퓨팅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고, 의료기기와 산업 장비도 데이터를 처리하고 고장을 예측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높시스는 제품 경쟁력이 개별 부품이 아니라 실리콘, 소프트웨어, 물리 환경, 시스템 동작을 함께 설계하는 역량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스템 수준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특화 컴퓨팅, 첨단 패키징, 임베디드 AI가 확산되면서 성능, 전력 효율, 열 특성, 안전성, 검증, 비용 등은 설계 후반이 아니라 초기 단계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 방식도 중요해지고 있다. 시프트 레프트는 검증과 테스트, 문제 해결을 개발 후반이 아니라 초기 단계에서 수행해 오류 수정 비용과 개발 위험을 줄이는 접근법이다. 반도체 테이프아웃이나 실제 시제품 제작 이후 발견되는 문제는 일정과 비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높시스는 이를 '엔지니어링의 재설계'로 설명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자와 물리, 디바이스와 시스템을 분리해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설계(Co-design)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품 개발의 초점도 단순 작동 여부에서 실제 환경에서 장기간 어떻게 동작하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AI 기반 엔지니어링 워크플로는 설계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제시했다. 강화학습, 생성형 AI,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는 설계 공간 탐색, 성능과 비용의 트레이드오프 분석, 반복 업무 자동화에 활용될 수 있다. 시높시스는 AI가 엔지니어를 대체하기보다 반복 작업을 줄이고 시스템 설계와 제품 차별화에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
디지털 트윈도 설계 체계의 한 축으로 꼽았다. 디지털 트윈은 제품의 가상 모델을 만들어 실제 동작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시높시스는 운영 중인 제품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다시 설계 단계에 반영하면 제품 신뢰성과 성능을 개선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높시스는 앞으로 반도체 기업은 시스템 수준의 관점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시스템 기업은 실리콘 아키텍처까지 설계 범위를 넓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리콘은 성능과 전력 효율, 확장성을 결정하고, 소프트웨어는 적응성과 사용자 경험을 좌우한다. 물리 환경과 시스템 통합까지 함께 고려해야 복잡한 AI 제품을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높시스 측은 "미래 경쟁력은 빠른 개발 속도뿐 아니라 복잡성을 관리하면서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며 "성공하는 기업은 아키텍처, 설계, 검증, 제조, 배포, 운영 최적화까지 제품 생애주기 전반을 연결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