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KISA 디지털분쟁조정지원팀장. /KISA 제공

개인 간 중고거래가 늘면서 물건 하자나 환불을 둘러싼 분쟁도 함께 늘고 있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는 일반 온라인 쇼핑처럼 소비자 보호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과 연계한 자율 분쟁 조정 체계를 운영 중이다.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1차적으로는 플랫폼이 조정을 시도하고, 플랫폼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넘겨받는 방식이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전자문서를 이용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 개인과 개인 간 거래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관여할 수 있다.

그동안 개인 간 중고거래 분쟁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거래 당사자의 법적 지위가 같아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에 적용되는 소비자보호 규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소비자원 피해 구제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구제가 쉽지 않았다. 또 분쟁의 상당수가 제품 하자와 관련돼 있는데, 중고 거래 과정에서는 물품이 언제 파손됐는지, 하자가 거래 전부터 있었는지, 배송 과정에서 발생했는지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

당초 KISA는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모든 분쟁을 직접 처리해 왔으나, 플랫폼 중심의 시장 급성장으로 행정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KISA는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플랫폼과 민관 업무 협약을 맺고, 플랫폼이 1차 조정을 시도한 뒤 합의가 불발된 사건만 위원회로 이관하는 투 트랙 구조를 정착시켰다.

플랫폼이 먼저 조정에 나서면 반복적인 분쟁이나 악성 거래를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 공공 조정 기관은 당사자가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단이 제한적이지만, 플랫폼은 이용자 정보와 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복적으로 분쟁을 일으키거나 악의적으로 조정을 피하는 이용자에 대해서는 계정 정지 등 플랫폼 자체적인 강력한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

KISA와 관계 부처는 지난해 분쟁 해결 기준도 정비했다. 기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개인 간 거래 분쟁 해결 기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인 중고거래 분쟁 해결 가이드라인'이 각각 운영되면서 실제 사건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조율이 필요했다. 과기정통부 기준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등한 개인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반면, 공정위 기준은 판매자가 물품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구매자 보호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뒀다.

정비된 기준은 거래 과정에서 각 당사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하자의 정도를 먼저 따지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플랫폼과 판매자가 물품 상태나 거래 조건을 제대로 알렸는지, 구매자가 거래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확인했는지, 하자가 상품 사용에 큰 영향을 주는지 등을 살핀다. 이후 잡화와 가전제품 등 9개 품목별로 하자 발견 시점, 사용 가능 여부, 환불 범위 등을 반영해 실제 환불·보상 수준을 산정한다.

다만 제도에도 한계는 있다. 판매자가 플랫폼을 탈퇴하거나 연락을 끊는 경우 조정이 어렵다. KISA가 플랫폼을 통해 개인 정보를 확인하고 연락을 시도하더라도, 상대방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기성이 의심되는 사건은 경찰로 안내되지만, 실질적인 금액 조정을 받기는 어렵다.

장석권 KISA 디지털분쟁조정지원팀장은 "개인 간 거래 시장은 그동안 제도적 논의가 부족했던 영역"이라며 "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