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꺼내면 1초 만에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시각 동기화가 기본인 디지털 디바이스의 홍수 속에서 일본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발뮤다는 역설적이게도 고가 탁상시계 '더 클락(The Clock)'을 들고 나왔다.

한때 '죽은 빵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토스터 열풍을 일으켰던 발뮤다는 최근 몇 년간 과거만큼의 화제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 클락은 그런 발뮤다가 다시 한번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다. 기술이나 가성비 경쟁 대신 생활공간 속 경험을 극대화해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읽혔다.

일본 가전 브랜드 발뮤다의 '더클락'./최효정 기자

27일 발뮤다코리아에 따르면 더 클락은 수면과 집중, 휴식 등 하루의 리듬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리미엄 탁상시계다. 시곗바늘 대신 원형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시간을 표현하는 '라이트 아워(Light Hour)' 방식을 적용했고, 정각에는 종소리와 함께 빛이 움직이는 시보 기능을 넣었다. 제품 크기는 가로·세로 7.5㎝의 콤팩트한 규격에 무게는 259g이며, USB-C 충전 방식으로 완충 시 약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국내 공식 출시 가격은 64만9000원이다.

제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시간을 표시하는 독창적인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시계처럼 숫자가 적혀 있거나 물리적인 바늘이 돌아가지 않는다. 원형 트랙 위를 따라 움직이는 은은한 LED 조명이 시침과 분침 역할을 대신한다. 처음에는 다소 생경하게 다가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숫자 대신 빛으로 시간을 표현하는 방식인 만큼 일반 시계보다 직관성은 떨어졌지만,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발뮤다의 더클락. 백색소음 기능이 재생 중이다./최효정 기자

이 제품의 존재감은 야간에 더욱 도드라졌다. 조명을 모두 끈 방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LED는 시계라기보다 정제된 무드등에 가까웠다. 알루미늄 절삭 바디의 견고함과 발뮤다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 디자인은 침대 옆 협탁이나 서재 책상 어디에 두어도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중심을 잡아줬다.

발뮤다는 더 클락을 단순한 시계가 아닌 '좋은 시간을 위한 도구'로 소개한다. 실제로 제품 설명에서도 수면과 휴식, 집중을 돕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기능은 시계도, 알람도 아닌 '백색소음'이었다. 더 클락에는 빗소리와 자연음, 잔잔한 피아노 사운드를 재생하는 '릴렉스 타임(Relax Time)' 기능이 탑재돼 있는데, 실제 사용 기간 동안 가장 손이 자주 가는 기능이 됐다. 기사 작성이나 독서 중 조용히 빗소리를 틀어두면 주변 잡음이 줄어들면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공간 전체가 차분해지는 안정감을 받았다. 침실용 탁상시계로 기획된 제품이지만 서재와 개인 작업공간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타이머 기능도 의외로 활용도가 높았다. 최대 60분까지 설정할 수 있어 업무 집중 시간을 관리하거나 잠깐의 휴식 시간을 체크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편했다.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라기보다 하루의 리듬을 관리하는 도구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발뮤다 더클락./발뮤다 제공

알람 기능 역시 사용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자극적인 기계음 대신 음량이 단계적으로 커지는 점진적 방식을 채택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스마트폰 알람처럼 불쾌하게 잠에서 깨는 스트레스가 적었다. 기분 나쁘지 않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다만 깊은 잠에 빠졌거나 피로가 극도로 누적된 날에도 완벽한 기상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약하게 느껴질 수 있어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어 보였다.

스마트 디바이스로서의 편의성도 매끄러웠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하면 알람 시간과 LED 밝기, 사운드 등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아날로그 외형에 디지털의 편리함을 자연스럽게 더했다.

발뮤다 앱을 통해 더클락 알람 설정 및 백색소음 재생 등이 가능하다./스마트폰 캡처

반면 배터리 효율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었다. 완충 시 약 24시간을 사용 가능하다고 하지만, 상시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 무선 상태로 거실과 서재를 오가며 사용하기에는 충전 주기가 생각보다 짧아 자주 충전선을 찾게 된다. 휴대성을 강조하며 전용 파우치까지 제공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쪽짜리 휴대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차기작에서는 사용 시간이 조금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가격이다. 64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탁상시계 카테고리 내에서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높은 금액이다. 오직 시간 확인과 알람이라는 기능적 효율성만 따진다면 스마트폰이나 몇만원대 디지털시계가 훨씬 합리적이고 정확한 대안이다.

직접 사용해보니 더 클락의 핵심은 단순히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보다 잠들고, 집중하고, 휴식하는 경험에 있었다. 발뮤다가 왜 이 제품을 단순한 탁상시계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