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KT가 한때 떼어냈던 KT클라우드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보안 역량을 한데 묶어야 한다는 산업적 명분은 분명합니다. 다만 재합병이 실제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KT클라우드에 6000억원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문제와 기존 KT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 "결정된 건 없다"지만… 재합병 가능성 열어둔 KT

2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종속회사 KT클라우드와의 합병 가능성을 포함해 AX(AI 전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T는 이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AX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번 공시는 KT클라우드 재합병설이 시장에 확산된 데 따른 답변입니다. KT가 공식적으로는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AX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만큼 재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시장의 관심사로 남게 됐습니다.

KT가 KT클라우드를 다시 들여다보는 배경에는 AI 인프라 경쟁이 있습니다. AI 사업은 더 이상 모델이나 서비스만의 경쟁이 아닙니다.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데이터센터,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클라우드, 기업 고객에게 연결할 통신망과 보안 역량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국형 AI 모델, 클라우드, AX 서비스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 AI 시대엔 통신망·클라우드·데이터센터가 한 몸

KT클라우드 재합병의 산업적 명분은 뚜렷합니다. 기업 고객이 AI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단순히 클라우드 서버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옮길 네트워크, 데이터를 저장할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운영할 클라우드, 외부 공격과 장애에 대응할 보안 체계가 함께 필요합니다. 특히 공공·금융 등 보안과 안정성이 중요한 고객이나 대규모 AX 구축 수요에서는 이 모든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AI 시대에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 통신사의 핵심 자산이 유무선 가입자와 망이었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 운영 역량까지 묶어 기업 고객을 붙잡아야 합니다. KT 입장에서도 KT클라우드가 독립 법인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본사 전략 안에서 움직이는 편이 의사결정과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KT클라우드는 KT그룹의 AI 전략에서 중요한 축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고 공공·금융·기업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KT클라우드의 전략적 가치는 분사 당시보다 더 커졌습니다. 재합병설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AI 사업을 키우려는 KT 입장에서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다시 그룹 핵심 자산으로 끌어안고 싶을 수밖에 없습니다.

◇ AI 명분은 충분하지만… 재합병 가를 변수는 '가격표'

문제는 산업 논리가 아니라 자본시장 논리입니다. KT클라우드는 이미 KT만의 회사가 아닙니다. KT클라우드는 2023년 IMM크레딧앤솔루션으로부터 6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4조60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KT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받기 위해 회사를 분리했고, 투자자는 그 성장성에 돈을 베팅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재합병의 난제가 생깁니다. FI는 기업을 키운 뒤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KT클라우드가 KT에 다시 흡수되면 독립 법인으로서의 단독 IPO 경로는 사실상 사라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당시 기대했던 회수 시나리오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KT가 재합병을 추진하려면 FI가 보유한 보통주·우선주 처리 방식, 합병대가 산정, 현금 지급 여부, KT 신주 발행 여부 등을 포함한 엑시트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KT클라우드는 분사 이후 몸값이 더 올라갈 수 있는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KT클라우드의 2022년 매출은 법인 기준 4304억원이었고, 분사 전 2022년 1분기 사업부 실적까지 포함한 연간 비교 기준으로는 약 55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2025년 매출은 9975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습니다. 분사 이후 3년 만에 매출 규모가 80% 넘게 커진 셈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공공 클라우드 사업 성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FI 입장에서는 "회사가 더 커졌는데 왜 예전 가격에 팔아야 하느냐"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KT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금으로 FI 지분을 정리하면 재무 부담이 커지고, KT 신주를 발행해 합병대가를 지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KT 주주들은 "왜 분리했던 회사를 더 비싼 가격에 다시 사와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합병 비율, 우선주 처리 방식, 현금 유출 규모, 주식 교환 여부는 모두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변수"라고 했습니다.

결국 KT클라우드 재합병의 핵심은 AI 명분 자체보다 이를 실행할 가격과 엑시트 구조입니다. 통신망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통합해야 한다는 산업 논리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FI가 기대하는 투자 회수와 KT 기존 주주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병대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KT는 AI 전략을 완성해야 하고, FI는 투자 수익을 원하며, 기존 주주는 가치 훼손을 원하지 않습니다. AI 인프라는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몰라도, 투자자들의 계산기까지 하나로 맞추는 일은 훨씬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