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는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만 약 2000억위안(약 4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판매가 막힌 상황이라 중국산 AI 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5일 테크 업계와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최근 상하이 소재 반도체 기업 일루바타 코어X로부터 최소 5만개의 AI 칩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최대 AI 챗봇 '두바오'와 클라우드 사업인 '볼케이노 엔진'을 운영 중인데, 급증하는 AI 학습·추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칩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등 AI 칩 수급난이 심화되자, 바이트댄스는 자사 AI·클라우드 인프라에 자국 반도체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AI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인 화웨이와 캠브리콘에 이어 일명 '2군'으로 분류되는 중소 반도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가 일루바타 코어X 외에도 비런테크놀로지, 메타X, 무어스레드, 엔플레임 등 신생 기업의 AI칩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모두 '엔비디아 대항마'를 목표로 내세운 중국 GPU 업계 잠룡으로 꼽힙니다.
바이트댄스는 전 세계적으로 숏폼(짧은 동영상) 열풍을 일으킨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틱톡을 등에 업고 지난 10년 사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회사가 지난 2017년 출시한 틱톡은 약 17억~19명의 월간활성사용자(MAU)를 확보하며 페이스북·유튜브·인스타그램·왓츠앱에 이어 세계 5위 SNS 플랫폼으로 부상했습니다.
틱톡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바이트댄스는 이제 AI 모델·클라우드·반도체·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종합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틱톡의 핵심 경쟁력은 사용자의 영상 시청 시간, 좋아요, 댓글 등을 실시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인데, 이는 바이트댄스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처리, 개인화, 모델 최적화 역량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해 바이트댄스는 하루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하는 '두바오'를 단순 소비자용 AI 챗봇이 아닌 코딩과 이미지·영상 생성, AI 에이전트 기능을 갖춘 업무용 플랫폼으로 키워 기업용 AI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입니다. 나아가 자사 AI 클라우드 플랫폼 '볼케이노 엔진'을 기반으로 자사 AI 모델을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는 수익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를 포함한 멀티모달 역량을 강화하고,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월드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볼케이노 엔진 포스 콘퍼런스'에서 최첨단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5'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콘텐츠 업계를 뒤흔든 '시댄스 2.0'의 후속 모델로, 최대 30초 길이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고 최대 50개의 참고 자료를 입력해 더 정교한 영상 생성과 편집이 가능해졌습니다.
회사는 AI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약 20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신규 차입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바이트댄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차입이 될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바이트댄스가 AI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도 착수했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AI 데이터센터용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를 논의 중입니다.
SCMP는 "현재 중국에서는 AI 칩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공급만 가능하다면 어느 기업의 제품이든 구매하려고 한다"며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기업들의 대규모 AI 투자가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정책을 지원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