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스마트폰 칩 강자인 퀄컴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모바일·PC용 범용 메모리를 활용하는 새 AI 칩과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개하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와 CNBC 등에 따르면 퀄컴은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열고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로드맵을 발표했다. 퀄컴은 마이크로소프트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될 '고대역폭컴퓨트'(HBC·High Bandwidth Compute) 칩과 서버용 CPU '드래곤플라이 C1000'을 공개했다.

HBC는 HBM 대신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쓰이는 범용 메모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HBM은 AI 가속기 성능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지만 가격이 높고 공급이 제한적이다. 퀄컴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모리와 저전력 설계 기술을 결합해 AI 인프라의 구축 비용과 전력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메타는 퀄컴의 드래곤플라이 C1000을 채택했다. 이 제품은 2028년 양산될 예정이며, 메타는 후속 세대 칩도 사용할 계획이다. 퀄컴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하이퍼스케일러 2곳과도 맞춤형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업을 뜻한다.

퀄컴은 2029 회계연도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목표를 150억달러로 제시했다. 2027 회계연도에는 이 부문에서만 50억달러 매출을 예상했다.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비스마트폰 사업 매출 목표는 기존 22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높였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시장의 다음 단계에 진입할 포괄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를 퀄컴이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고 AI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퀄컴 주가는 정규장에서 3.3% 하락했지만, 설명회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12% 이상 올랐다.

퀄컴은 AI 가속기와 CPU, 메모리, 소프트웨어를 묶은 데이터센터 전략도 제시했다. 향후 24개월 동안 4개 제품군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AI 추론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추론은 학습된 AI 모델이 이용자 질문에 답하거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실행 단계다.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보강한다. 퀄컴은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듈러(Modular)를 약 39억달러 규모의 주식 거래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모듈러는 AI 모델을 여러 반도체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이다. 특정 칩에 맞춰 코드를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모듈러는 AI 프로그래밍 언어 '모조'(Mojo)와 AI 구동 엔진 '맥스'(MAX)를 개발했다. 퀄컴은 모듈러 기술을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계층의 중심으로 활용해 엔비디아의 AI 개발 플랫폼 '쿠다'(CUDA)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쿠다는 엔비디아 GPU에서 AI 모델을 개발·실행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퀄컴은 고객 맞춤형 반도체 시장도 노리고 있다. 로이터는 퀄컴이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위한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SIC는 특정 고객이나 용도에 맞춰 설계하는 맞춤형 반도체다. 다만 논의가 최종 설계와 제조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퀄컴이 엔비디아와 AMD가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엔비디아는 GPU와 쿠다 생태계를 앞세워 AI 인프라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AMD도 차세대 서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역시 자체 AI 칩 개발을 확대하는 중이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면서 퀄컴에도 기회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전력 사용량과 토큰 처리 비용이 데이터센터 확장의 핵심 제약으로 떠오른 만큼, 저전력 설계와 범용 메모리 활용 전략이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가 핵심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