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5일 내놓은 2026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흔들었던 'AI 수요 둔화' 우려가 한층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번스타인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마이크론은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를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우려는 전날 미국 증시를 덮친 기술주 급락에서 시작됐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 전환을 속도 조절할 것으로 보이자 시장에선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메모리 호황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마이크론의 올 하반기 실적 전망은 메모리 초호황기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 마이크론 하반기 실적 전망치, 시장 기대치 상회
마이크론은 이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한 번 더 넘어서는 수치를 내놓았다. 지난 분기 매출은 414억5600만달러로 컨센서스(355억9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500억달러(±10억 달러)로 최소 기준선으로 거론되던 380억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무게를 실어준 결과다.
이는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번스타인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에 대한 전망을 한꺼번에 올려놓았는데,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이 그 판단에 힘을 보탠 모양새다. 국내 증권가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8% 상향했는데, 예상보다 높게 형성된 모바일 D램 가격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유진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HBM보다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 상향을 이끄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7배 늘어난 67조원, 영업이익률은 77.6%로 추정했다. 노무라증권도 메모리 업체들이 주요 고객사와 물량·가격·선급금 조건에서 유리한 장기공급계약(LTA)을 논의 중인 점에 주목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AI 호황 지속 가능성 확인"… 숫자로 잠재운 AI 버블론
이번 마이크론 실적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깜짝 실적'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외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동안 업계에선 AI 인프라 투자 둔화와 함께 시장 성장이 식어버리는 시나리오를 우려해 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가이던스로 '아직 파티는 한창이다'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업체들이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고객사들과 맺은 장기공급계약(LTA)이 호황기의 끝을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노무라증권은 "메모리 기업들의 공급 계약 구조가 LTA로 전환하면서 고수익 구조에 안정성이 생겼다"고 평가하며 현재의 호황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화 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오는 7월 발표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실적에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고, 올 3분기에는 그 효과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과 HBM 가격 추이만으로는 두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이 어려울 정도로 현물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며 "여기에 LTA와 선수금, 프리미엄 등 다양한 요소가 두 회사의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