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을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투자 법인 'AI 컴퍼니'에 4억8000만달러(약 7383억원)를 출자한다. SK이노베이션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자금 출자에 나서면서 AI 컴퍼니는 SK그룹의 AI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투자를 한데 묶는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하는 AI 컴퍼니에 4억8000만달러를 출자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원화로 약 7383억원 규모다. 출자금은 향후 4년간 실제 투자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나눠 납입하는 캐피털콜 방식으로 집행된다.

AI 컴퍼니는 SK하이닉스 산하 미국 법인으로, 그룹 내 AI 관련 해외 투자와 지분 관리를 맡는 투자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을 직접 영위하기보다는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AI 산업 전반에 걸친 해외 투자 자산을 관리하고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성격이 강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AI 컴퍼니에 100억달러(약 15조4300억원) 한도의 출자 약정을 맺고 법인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의 참여로 AI 컴퍼니에 참여하는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SK하이닉스,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으로 확대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AI 컴퍼니에 3억8000만달러(약 5573억원) 규모의 출자 약정을 체결했다. SK㈜도 지난 2월 2억5000만달러(약 3666억원) 규모의 AI 관련 투자 자산을 AI 컴퍼니에 출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SK텔레콤의 4억8000만달러 출자가 더해지면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가 AI 컴퍼니에 투입하거나 이관하는 자산 규모는 총 11억1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에 이른다.

AI 컴퍼니는 기존 SK하이닉스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을 개편하는 방식으로 설립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AI 관련 해외 투자 자산을 AI 컴퍼니로 모아 투자 의사결정 속도와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의 참여는 AI 컴퍼니의 성격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반도체 경쟁력을 담당하고, SK이노베이션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에너지·전력 인프라를 맡는다면,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 수요를 연결하는 축을 맡는 구조가 된다. 단순히 통신 계열사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자로서 그룹의 AI 생태계 구축에 합류하는 셈이다.

SK그룹이 AI 컴퍼니를 통해 겨냥하는 시장도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에서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취지다.

SK이노베이션은 AI 컴퍼니 출자를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출자 계약은 올해 3월 1일부터 4년 동안 캐피털콜 방식으로 이뤄진다.

SK그룹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AI 관련 투자 자산도 AI 컴퍼니로 순차적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 지분 등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원전 기업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기업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AI 컴퍼니가 단순한 해외 투자 법인을 넘어 SK그룹의 AI 인프라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경쟁력이 반도체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전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와 결합해야 하는 만큼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의 역할을 하나의 투자 플랫폼 안에서 묶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AI 컴퍼니의 투자 방향도 단순 재무적 투자(FI)보다는 기술 협력과 사업 연계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SI)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경쟁력, SK이노베이션의 전력·에너지 인프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결합하면 미국 AI 인프라 시장에서 그룹 차원의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반도체만으로 완성되는 시장이 아니라 전력과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라며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이 함께 참여하면 AI 컴퍼니는 SK그룹의 AI 인프라 투자를 총괄하는 플랫폼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