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화성시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의 침실 공간. 삼성전자는 조명, 냉난방, 공기청정기, 스마트 기기 등을 스마트싱스로 연결해 수면과 휴식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AI 홈 시나리오를 시연했다./정두용 기자

"QR 코드 하나로 완성되는 집."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공간제작소의 목조 모듈러 주택 쇼룸에 들어서자 대형 화면에 이런 문구가 떴다. 집을 지은 뒤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하나씩 사고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장에서 주택을 만들 때부터 에어컨·냉장고·히트펌프 보일러·홈캠·도어캠·스마트 조명 등을 미리 넣어두겠다는 의미다. 입주자는 삼성 계정으로 로그인하거나 QR 코드를 스캔하면 곧바로 인공지능(AI) 홈을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기업 공간제작소와 협업해 조성한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을 공개했다. 쇼룸은 100평대(약 330㎡)와 20평대(약 66㎡) 2곳으로 구성됐다. 2층짜리 100평대 쇼룸은 고급 단독주택에 가까웠다. 넓은 주방과 거실, 침실, 드레스룸, 욕실 곳곳에 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과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가 배치됐다. 반면 20평대 쇼룸은 일반적인 소형 단독주택의 모습으로 구성됐다. 실제 구매자가 선택할 만한 현실적인 크기와 가격대를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다.

이신영 삼성전자 DA(가전)사업부 뉴비즈팀 그룹장은 "삼성 AI 홈은 주택 안의 다양한 가전이 스마트싱스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며 "모듈러 주택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가 선택한 AI 가전과 홈 IoT 제품을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단독주택에 머물지 않고 아파트·빌딩·오피스·숙박시설·문화공간·공공주택까지 AI 홈 솔루션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신영 삼성전자 DA(가전)사업부 뉴비즈팀 그룹장이 24일 경기 화성시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에서 삼성 AI 모듈러 홈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삼성전자

◇ "공장에서 설치"… AI 홈 진입장벽 낮춘다

쇼룸을 둘러보기 전 찾은 공간제작소 화성 공장에서는 목조 주택 벽체와 구조물이 자동화 설비를 거쳐 규격화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철근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과 달리, 주택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먼저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공장 내부에서는 목재가 정해진 규격대로 절단되고, 벽체와 구조물이 일정한 품질로 생산됐다.

박정진 공간제작소 대표는 모듈러 주택의 장점으로 공사 기간 단축, 균일한 품질, 폐기물 감소, 재사용 가능성 등을 꼽았다. 그는 "숙련공이 줄고 공사비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모듈러 주택은 유일한 대응책이 되고 있다"며 "공장에서 설비로 작업하기 때문에 균일한 건축 품질을 제조업처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제작 방식에 주목했다. 기존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스마트홈을 구현하려면 입주 이후 가전·조명·센서·도어락·홈캠 등을 따로 사고 연결해야 한다. 전선 위치나 가구장, 콘센트 위치가 맞지 않으면 별도 공사도 필요하다. 반면 모듈러 주택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어떤 공간에 어떤 가전과 센서를 넣을지 정할 수 있다. 벽체·배선·가구장·가전 규격을 함께 맞출 수 있어 'AI 홈'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24일 경기 화성시 공간제작소 화성 공장에서 자동화 설비가 목조 모듈러 주택 부재를 가공하고 있다. 공간제작소는 주택의 상당 부분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줄이고 균일한 품질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정두용 기자

20평대 쇼룸에서는 이런 AI 홈 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었다. 거실 벽면에 붙은 작은 자동화 버튼을 누르자 '귀가 모드'가 동작하면서 조명이 켜지고 냉방이 시작됐다. '외출 모드'를 실행하면 조명이 꺼지고 여러 가전도 멈췄다. 연기 감지 상황을 가정하자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 강풍으로 작동했으며 주방 후드가 돌아갔다. 이런 기능들은 스마트싱스 앱에서 직접 루틴을 설정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집에 IoT를 넣으려면 전선이나 벽면 공사부터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듈러 주택은 처음부터 공간과 기기 배치를 맞춰 넣을 수 있어 AI 홈 구현이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 보안·화재·난방비… 단독주택의 '불편함' 겨냥

삼성전자는 자사 솔루션으로 단독주택 거주자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경비 인력이 없고, 외부와 맞닿은 창문·마당·현관이 많다. 보안 불안, 화재·누수 걱정, 냉난방비 부담, 손님맞이 준비 등이 대표적인 고민이라는 것이다.

쇼룸에서는 현관에 설치된 AI 도어캠이 낯선 사람의 움직임이나 택배 도착 여부를 감지하는 장면이 시연됐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문밖 영상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에스원 출동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집 안에서는 홈캠과 로봇청소기 카메라가 사각지대를 보완한다. 반려동물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로봇청소기를 움직여 집 안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24일 경기 화성시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의 방 내부. 스마트싱스 기반 화면을 통해 집 안의 가전과 조명, 보안 기기 등을 한눈에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정두용 기자

스마트싱스를 통해 화재와 누수 대응도 가능하다. 연기 센서가 이상 상황을 감지하면 스마트폰 알림이 뜨고, 조명과 가전이 동시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 누수 센서는 어느 공간에서 물이 감지됐는지를 알려준다. 목조 주택은 구조상 누수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런 센서 연동 기능이 단독주택형 모듈러 홈의 핵심 기능으로 제시됐다.

냉난방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축 단독주택은 신축 아파트보다 에너지 소비가 1.7배 높고, 전체 단위 면적당 에너지 소비량도 높다. 특히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교외 지역에서는 등유 보일러 사용 비중이 높아 난방비 부담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AI 절약모드'와 자동 블라인드, 외출모드,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AI 절약모드는 사용 패턴을 분석해 가전 작동을 최적화하고, 자동 블라인드는 햇빛을 감지해 여름에는 실내 온도 상승을 줄이고 겨울에는 일조량을 확보한다.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적용하면 기존 기름보일러 대비 난방비를 약 53%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60%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평당 500만원 주택에 AI 옵션 얹으면 600만원 수준

가격 접근성도 장점이다. 공간제작소의 기본 목조 모듈러 주택은 평당 50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기반 프리미엄 옵션을 추가하더라도 가격이 평당 600만원 수준까지만 올라간다. 30평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기본 건축비가 약 1억5000만원, AI 홈 옵션을 더한 가격은 1억8000만원 안팎이 되는 셈이다.

다만 실제 가격은 주택 크기, 가전 등급, 가구·마감재, 히트펌프 보일러와 각종 IoT 센서 선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0평형에 들어가는 가전 패키지 가격에 대해 "베이직은 500만~600만원대, 프리미엄은 1200만~1500만원대 수준으로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평대 쇼룸에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과 IoT 기기가 약 1억원어치 들어갔다. 이 공간은 실제 대중형 상품이라기보다 "이 정도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하이엔드 전시 성격이 강했다.

24일 경기 화성시에 마련된 2층짜리 100평대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 외관./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삼성 AI 모듈러 홈' 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단기 매출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간제작소가 현재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 규모는 월 40호 수준(8시간 1교대 기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그룹장은 "삼성전자는 모듈러 주택을 교두보로 해 일반 주택, 아파트, 다양한 빌딩까지 AI 홈 솔루션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AI 홈을 체험하거나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탑재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을 우선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AI 모듈러 홈'의 핵심인 스마트싱스는 370개 이상 파트너사와 4700개 이상 기종 연결을 지원한다. 모듈러 주택 한 채에 들어가는 가전 매출은 물론 입주 이후 추가되는 기기와 서비스 관련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 LG전자는 '집'을 팔고, 삼성전자는 'AI 홈'을 판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앞서 2024년 'LG 스마트코티지'를 출시하며 모듈러 주택 시장에 진출했다. AI 가전·냉난방공조(HVAC)·IoT 기기 등을 결합한 소형 모듈러 주택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이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주택을 직접 짓거나 자체 브랜드 모듈러 주택을 판매하는 대신, 공간제작소 같은 모듈러 주택사와 건축사·건설사에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기반 솔루션을 공급하는 구조다.

LG전자가 완성형 주택 전체를 팔아 단위당 수익성을 높이는 모델이라면, 삼성전자는 여러 주택·건축 사업자와 손잡고 공급처를 넓히는 확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모듈러 주택 사업에 뛰어들 경우 건축사·모듈러 제작사와 경쟁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빌트인 가전과 AI 홈 솔루션을 여러 건축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 삼성전자는 가전 회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단독·공동주택, 숙박 시설, 연수원, 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에 스마트싱스 기반 AI 홈을 넣는 기업 간 거래와 기업·소비자 연계 거래 모델로 접근했다.

24일 경기 화성시에 마련된 20평대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의 주방과 거실 공간. 삼성전자는 공간제작소와 협업해 모듈러 주택 설계 단계부터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기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탑재하는 주거 솔루션을 선보였다./정두용 기자

이런 사업 차이는 가격으로도 나타났다. LG 스마트코티지의 8평형(27㎡) 단층형 모델 가격은 1억원, 16평형(54㎡)은 1억8000만원 수준이다. 옵션을 추가하면 8평형 모델이라도 가격이 2억원을 넘는다. 삼성전자·공간제작소 협업 모델의 20평형(66㎡) 모델은 1억원대 후반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공간제작소의 협업 모델은 기본 주택 가격에 삼성전자 가전·IoT 옵션을 얹는 구조"라며 "토지, 인허가, 설계, 마감재, 가전 등급, 공조 설비, 태양광 적용 여부에 따라 실제 부담액이 크게 달라져 두 회사의 모델 가격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