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메릴랜드주 타우슨에 있는 매장을 폐점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당 매장은 2022년 미국 애플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한 곳으로, 이후 단체협약 체결까지 이뤄지며 미국 빅테크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20일(현지 시각) 타우슨 매장을 폐점하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캘리포니아주 에스콘디도 애플 노스 카운티 지점, 코네티컷주 애플 트럼불 지점도 함께 문을 닫았다. 회사는 상권 침체에 따른 경영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폐점은 지난 4월 발표됐다. 다만, 이를 놓고 타우슨 직원들은 "노조 가입을 이유로 회사가 보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비노조원은 전환 배치, 노조원은 재지원
최근 몇 년간 애플 매장이 위치한 타우슨 타운 센터로 알려진 쇼핑몰에서는 다른 유명 소매업체들이 매장을 폐점했다. 다만, 노조가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폐점 결정 인사 절차가 비노조 매장과 다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폐쇄 결정은 타우슨 매장 직원들을 대표하는 국제기계항공우주노조(IAAW)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IAAW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출한 서류에서 애플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매장 직원들에게 인근 매장의 유사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애플은 타우슨 직원들에게는 다른 매장으로의 이동을 허용하지 않고 일반 구직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채용 공고에 지원하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로 타우슨 매장의 노조원 약 70명 중 절반 이상이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매장을 폐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일반 유통업체와 달리 매장을 잘 안 닫는 회사로 유명하다. 회사는 오히려 기존 매장을 확장·이전하거나 신규 매장을 여는 경우가 많다. 노조 지도부는 애플이 단체협약에 따라 매장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반박하며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타우슨 매장의 판매 책임자이자 노조 대의원이었던 에릭 브라운은 "많은 타우슨 매장 직원이 다른 애플 매장에 지원했지만 채용되지 않았다"며 "우리를 다른 곳으로 전근시켜 주지 않지만, 인근 애플 매장은 외부에서 계속해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미 폐점한 다른 두 매장의 직원들에게는 다른 매장으로의 이동을 제안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회사는 성명을 통해 2024년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협약은 이러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인근 매장의 유사 직책으로 자동 복귀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 12주간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플은 노조의 보복성 조치 주장에 대해 "노조와 협상하고 합의한 협약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첫 단체협약 맺은 상징적 매장… "조직화 위축 노린 것인가"
타우슨 매장에 노조가 결성된 것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우슨 매장 직원들은 코로나19 관련 안전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2022년 6월 노조 결성을 위한 투표를 실시했다. 또 많은 직원이 회사가 소매점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조치를 취하면서 장기적으로 업무의 질이 저하됐다고 불평했다. 직접 판매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던 일부 직원들은 점점 더 판매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중순 양측이 일과 삶의 균형 개선, 임금 인상, 고용 안정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3년 기한의 노동 계약에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는 미미해 보였다. 타우슨 지점 직원들은 비노조 매장 직원들과 거의 동일한 복리후생을 받았고, 일반 직원은 3년에 걸쳐 약 10%의 임금 인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작년에 비노조 매장의 노조 임금 인상률과 같거나 그 이상 인상한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계약은 임시직 직원 수를 제한하는 등 비노조 매장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몇 가지 보호 조치를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폐점이 단순한 점포 구조조정을 넘어 애플과 노동계 간 관계를 보여주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미국 노동당국의 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노동법상 기업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사업장을 폐쇄할 수 있지만,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 스타벅스·아마존서도 노조 결성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임금과 근무환경, 알고리즘 기반 업무 관리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1년 말 미국 뉴욕 버펄로 매장에서 처음 노조가 결성된 이후 수백 개 매장으로 조직화가 확산되고 있다. 2022년에는 아마존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사상 첫 노조가 출범했다. 데이터 기반 생산성 관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아마존에서 노조가 만들어지자 미국 노동계에서는 "빅테크도 더 이상 노조의 예외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