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로고./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5일(한국시간) 공개될 2026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가 기준점이자 하한선인 380억달러(약 58조3186억원)를 넘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 숫자를 기준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시각이 갈릴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상회할 경우 'AI 메모리 호황이 계속된다'는 인식이 강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AI용 고성능 메모리(HBM4)에서 마이크론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낙관론도 함께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망치를 하회하면 호황이 정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두 회사의 실적과 주가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 가이던스보다 높아진 기대치

23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증권사들은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을 380억~42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이 구간을 크게 벗어나는 가이던스가 나올 경우 연간 전체 실적 추정치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마이크론이 기존에 제시했던 매출 전망치는 335억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 증권가를 비롯한 주요 투자은행은 이를 13% 상향 조정한 380억달러를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을 비롯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기업들이 분기마다 가이던스를 큰 폭으로 경신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가 이미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 마이크론의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1년 전만 해도 798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 1087억달러(약 166조8218억원)까지 뛰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연간 전망치가 36% 가까이 상향된 셈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메모리 호황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모으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예상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38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488억달러의 매출을 전망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과 수익성이 업계 전반에서 계속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마이크론의 내년 매출 전망치를 연간 기준으로 약 48% 상향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은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 가이던스 상회·하회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

미국 마이크론 본사. /마이크론 홈페이지

다만 마이크론이 제시할 가이던스가 당초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메모리 호황기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령 이달 초 브로드컴이 실적이 양호했지만 다음 분기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자 반도체 업종 전체가 동반 급락했던 사례가 선례로 거론된다. 마이크론 주가가 지난 18일 113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옵션시장이 실적 발표 후 17% 안팎의 변동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실망할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도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목표주가를 900달러로 올리면서도 등급은 '중립'을 유지했다. 마이크론이 가이던스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동반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SK하이닉스는 오는 8월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어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이 상장 시점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가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가이던스 수준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컨센서스의 추가 상향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면서도 "다만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과 이익률,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지위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흔들 정도의 타격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