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국내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던 샤오미가 1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8곳까지 늘리고,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알뜰폰 요금제와 가전제품을 묶은 결합상품까지 선보였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권 업체인 샤오미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0%대 점유율에 머무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 알뜰폰까지 붙였지만… 1년 4개월 만에 철수
23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 제품 유통을 맡아온 스피츠가 운영한 알뜰폰 브랜드 '스피츠모바일'은 오는 7월 31일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 공식 출범한 지 약 1년 4개월 만입니다. 스피츠모바일은 샤오미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로봇청소기, 무선청소기 등 가전제품과 통신요금제를 결합한 상품을 앞세웠습니다. 스마트폰과 가전, 통신 서비스를 한데 묶어 샤오미 제품군의 사용 경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국내 알뜰폰 시장은 이미 수많은 사업자가 가격 경쟁을 벌이는 구조입니다. 단말기와 요금제를 묶은 결합상품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단말기 자체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점이 알뜰폰 사업 확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철수를 단순한 알뜰폰 사업 실패로만 보지 않습니다. 샤오미가 한국에서 추진해 온 생태계 전략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TV, 웨어러블 기기, 생활가전 등을 연결하는 '생태계 전략'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왔습니다. 가격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를 함께 쓰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스피츠모바일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 삼성·애플 생태계 벽 넘지 못한 샤오미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런 생태계 전략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가 매우 견고합니다. 단말기 경쟁을 넘어 운영체제(OS), 스마트워치, 태블릿, 무선이어폰, 클라우드, 결제 서비스 등으로 연결된 생태계 경쟁이 이미 자리 잡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온 갤럭시나 아이폰 생태계를 포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금융, 인증, 업무, 사진, 메신저, 결제 서비스가 모두 연결된 생활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한국 소비자의 구매 기준도 샤오미에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제품 간 연계성이 강점으로 통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AS), 개인정보 보호, 소프트웨어 안정성, 기존 기기와의 호환성 등을 함께 따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일상 전반에 깊이 들어온 제품일수록 브랜드 신뢰도와 사후 지원 체계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서비스 경쟁력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샤오미는 지난 1년 동안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온라인 중심 판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애플 수준의 서비스 신뢰도를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전국 단위 AS망과 고객 지원 체계에서도 여전히 격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마트폰은 고장이나 분실, 배터리 문제, 데이터 이전, 보안 업데이트 등 구매 이후의 경험이 중요한 제품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매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기존 강자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 통신사 유통망도 변수… 자급제 중심 전략의 한계
국내 통신시장 구조도 변수입니다. 한국은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단말기가 유통되는 비중이 높은 시장입니다. 소비자 상당수는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고, 요금제·지원금·보험·멤버십 등을 함께 비교합니다. 반면 샤오미는 그동안 자급제 중심 판매 전략을 유지해 왔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온라인 판매에는 강점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해 국내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을 연 이후 매장 확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 알뜰폰 결합상품 출시 등 외산 제조사가 시도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신형 스마트폰 '샤오미 17T'를 국내에 선보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라이카 카메라, 대용량 배터리,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등을 내세워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의 수요를 겨냥했습니다.
그러나 제품 경쟁력과 시장 영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있습니다. 사양만으로는 소비자를 움직이기 어렵고, 브랜드 신뢰와 유통망, 서비스 체계, 기존 생태계와의 호환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제품은 사양만 놓고 보면 가격 대비 경쟁력이 있지만,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단말기 가격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라면서 "소비자들이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기, 서비스, AS망에 익숙해져 있어 신규 브랜드가 생태계를 새로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스피츠모바일 철수는 알뜰폰 사업 하나의 실패를 넘어 샤오미의 한국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던 생태계 전략이 한국에서는 기대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입니다. 매장 확대와 제품군 확장만으로는 소비자를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더 많이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AS망 강화, 개인정보 보호와 소프트웨어 안정성에 대한 신뢰 확보, 통신사 유통망과의 협력 확대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뜰폰 철수를 계기로 샤오미가 한국 시장 전략을 어떻게 다시 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