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 플러스가 미국에서 독점 공개하는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훌리건스: 더 아치 레이싱 프로젝트' 포스터./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할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제작·출연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독점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에서 20년 연속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응해 콘텐츠·광고·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신규 매출원 마련에 주력하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용자가 자사 생태계 안에 머물도록 지역·세대·분야별 콘텐츠를 세분화해 선보이고 있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삼성 TV 플러스에서 6부작 다큐 시리즈 '훌리건스: 더 아치 레이싱 프로젝트'(Hooligans: The ARCH Racing Project with Keanu Reeves & Gard Hollinger)가 독점 공개된다. 내달 12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새 에피소드가 삼성 TV 플러스의 자체 플래그십 채널인 삼성 TV 네트워크(STN)에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 TV 플러스가 '익스클루시브'(Exclusives·독점) 배너 아래 선보이는 첫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다.

◇ 키아누 리브스 다큐 美 독점 공개… 모터스포츠 팬층 겨냥

이번 다큐 시리즈에는 키아누 리브스와 가드 홀링어가 공동 창업한 아치 모터사이클(ARCH Motorcycle)이 미국 모터사이클 로드레이싱 대회 모토아메리카(MotoAmerica)에 도전하는 과정이 담겼다. 두 사람은 제작 총괄도 담당했다. 제작은 V10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삼성전자는 이번 독점 콘텐츠 공개를 통해 모터스포츠 팬층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TV 플러스는 최근 모토아메리카TV 채널도 별도로 열었다. 이 채널에서는 200시간 이상의 모토아메리카 경기 콘텐츠와 수퍼 훌리건 내셔널 챔피언십 경기 생중계는 물론 다시 보기·예선과 연습 주행·비하인드 영상 등이 제공된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이번 훌리건스 다큐 독점 공개에 대해 "먼저 장르 채널을 열고 여기에 해당하는 킬러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추가해 시청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라며 "키아누 리브스 다큐를 본 이용자가 모토아메리카TV 채널로 이동하고, 다시 관련 경기 영상과 라이브 이벤트를 소비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콘텐츠를 미국에서만 공개한다. 북미는 대형·프리미엄 TV 수요가 크고 광고 단가도 높아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하이센스·TCL 등 중국 업체들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앞세워 빠르게 침투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이용자의 관심사와 소비 성향에 맞춘 콘텐츠로 TV 플러스 체류 시간을 늘리고, 플랫폼 영향력을 방어하려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했다.

삼성 TV 플러스가 미국에서 선보인 모토아메리카 '데이토나 200' 중계 홍보 이미지. 삼성 TV 플러스는 2026~2027시즌 모토아메리카 경기 콘텐츠를 삼성 TV 네트워크(STN)와 모토아메리카TV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삼성전자

◇ '20년 TV 1위' 흔들… 中 추격에 점유율 방어 부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31.3%를 기록했다. LG전자(14.8%), TCL(13.3%), 하이센스(10.6%)를 크게 앞선 1위다. 그러나 출하량 기준으로 보면 중국 업체의 추격이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TV 출하량 점유율은 16.8%, TCL은 14.1%였다. 두 회사의 격차는 작년 1분기 4.1%포인트에서 올 1분기 2.7%포인트로 줄었다.

프리미엄 시장도 안정적이지 않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미니 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점유율 40%로 하이센스(27%)를 앞섰다. 그러나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하이센스가 32%로 삼성전자(31%)를 추월했다. 북미와 유럽 등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에서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삼성전자가 콘텐츠 기반 차별화 전략에 속도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 1분기 삼성전자와 중국 TCL의 글로벌 TV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는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와 생활가전사업부(DA) 등을 묶어 실적을 공개한다. VD·DA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14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6000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작년 1분기 3000억원보다는 낮았다. VD 매출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2% 감소했다.

연간 실적은 더 좋지 않았다. VD·DA 부문의 작년 매출은 57조3000억원, 영업손실은 2000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같은 부문에서 1조7000억원 흑자를 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이 부문에서만 6000억원 손실이 났다.

문제는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 VD·DA 부문이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사실상 0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봤다.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000억원, 6000억원 적자를 예상했다. BNK투자증권은 VD 단독 기준으로 올해 연간 매출 32조8610억원, 영업손실 190억원을 예상했다. 내년에는 VD 매출이 31조6260억원으로 줄고, 영업손실은 163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MAU 1억명 넘은 TV 플러스… "팔린 제품서 계속 돈 버는 구조"

삼성 TV 플러스는 삼성전자가 이런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키우는 핵심 서비스로 꼽힌다. TV 판매 대수가 정체돼도 이미 보급된 삼성 TV 등을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2015년 삼성 스마트 TV에 기본 탑재된 무료 채널 서비스로 출발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부터 삼성 TV 이용자가 별도 가입이나 결제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 TV 플러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올해 초 1억명을 넘어섰다.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서 4300개 이상의 광고 기반 무료 채널과 6만6000여편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제공한다. 단순히 TV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TV 플러스의 콘텐츠 경쟁력도 순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작년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SM타운 라이브 2025 인(in) L.A.'를 독점 생중계했다. 올해 들어서는 '월간 SM 콘서트'를 선보였다. 글로벌 K팝 팬덤을 삼성 TV 플러스 이용자로 붙잡아두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뉴스와 아카이브 콘텐츠도 보강했다. 삼성 TV 플러스는 국내 FAST 플랫폼 최초로 KBS·SBS 등 지상파 24시간 뉴스 채널을 편성했다. 기존 예능·드라마 중심 무료 채널을 공공 뉴스 콘텐츠로 확장한 것이다. 또 생성형 AI를 활용해 '가을동화' '명랑소녀 성공기' '다모' 등 2000년대 드라마를 4K 화질로 복원한 '올인원 AI 통합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판매는 교체 주기에 영향을 받지만, 플랫폼 사업은 시청 시간이 늘어날수록 반복 매출을 만들 수 있다"며 "이용자가 삼성 TV 플러스에서 오래 머물수록 광고 노출과 콘텐츠 제휴 기회가 생겨 신규 매출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삼성 TV 플러스 사용 기기 설명 이미지./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 이원진 체제서 플랫폼 전환 속도… LG전자도 콘텐츠 강화

삼성전자의 이런 변화는 경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VD사업부 수장을 이원진 사장으로 교체했다. 삼성전자 TV 사업부장은 그동안 TV 개발과 하드웨어에 정통한 인물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 사장은 구글코리아 대표와 구글 부사장, 삼성전자 서비스사업팀장 등을 거친 콘텐츠·서비스·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V 사업 수장으로 이 사장을 전면 배치한 것은 TV를 '더 많이 파는 사업'에서 '이미 팔린 제품을 통해 수익을 계속 만드는 사업'으로 관점을 전환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이 사장은 취임 메시지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 소프트웨어 파워로 거실을 노리는 빅테크, 강력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 시간을 점유하는 서비스·플랫폼 업체까지 경쟁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삼성전자

LG전자도 자체 운영체제(OS)인 웹OS(webOS)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광고 사업을 키우고 있다. 최근 자체 FAST 서비스인 LG채널을 통해 미국 시장에 유기·구조견 축구 예능 'LG채널 월드펍'을 독점 공개했고, 미국 최대 오디오 미디어 기업 아이하트 미디어와 손잡고 무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LG 라디오 플러스 채널도 확대했다.

한 시장조사업체 연구원은 "TV 교체 주기는 길어지고, 중국 업체들은 패널과 세트 생산을 수직계열화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업체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면 판매량은 지킬 수 있어도 마진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OS와 FAST, 광고, 추천 서비스는 TV 판매 이후에도 매출을 만들 수 있어 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TV 플러스만의 독보적인 콘텐츠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